중도좌파 연합 대표 헬레 토르닝슈미트
영 정계 거물 며느리 명품취향 ‘구치 헬레’
영 정계 거물 며느리 명품취향 ‘구치 헬레’
덴마크에서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중도좌파 연합을 이끈 사회민주당의 헬레 토르닝슈미트(44) 대표가 15일 총선에서 지난 10년 동안의 우파 집권을 끝내고 새 총리로 선출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16일 전했다.
사회민주당 외에 사회자유당, 사회주의인민당, 적-녹연맹당이 포함된 중도좌파 연합은 전체 179개 의석 가운데 92석을 얻어 87석에 그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47) 현 총리의 우파 연합을 눌렀다. 라스무센 총리는 16일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여왕에게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 치러진 총선인 만큼, 덴마크 총선의 이슈는 엄청난 정부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 낮은 성장 등의 해법에 집중됐다. 토르닝슈미트는 경제를 회복시키고 유럽 최고 수준의 복지 정책을 유지하며 교육·의료 정책에 더 투자하기 위해 은행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긴축 정책을 통해 재정 균형과 정부 부채 해결을 추구하는 유럽 우파 정부들의 재정 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최근 독일, 노르웨이의 지방선거에서 좌파 진영이 잇따라 승리한 데 이은 이번 덴마크 총선 결과는 유럽인들 사이 노르웨이에서의 브레이비크 테러 사건에 따른 극우파에 대한 경계감과 우파 정권들의 긴축 위주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져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덴마크의 중도좌파 연합도 현재의 우파 연합 정부가 강화해온 이민 제한 정책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자유당과 적-녹연맹당이 이민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선거의 여론조사에서 덴마크 시민 다수는 이민 제한 정책의 유지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현재 덴마크에는 전인구의 4%에 이르는 20만명의 무슬림들이 살고 있으며, 덴마크는 국경 없는 유럽을 상징하는 ‘솅겐 조약’에서 탈퇴한 상태다.
토르닝슈미트는 코펜하겐대학 교수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코펜하겐대학과 유럽대학에서 각각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정치에 발을 디뎠다. 그는 5년 동안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뒤 2005년 2월 국회의원이 됐으며, 두 달 만에 당권을 장악해 덴마크 사회민주당 역사상 첫 여성 대표가 됐다. 2007년 총선에서도 중도좌파 연합을 구성했지만 라스무센의 우파 연합에 패배한 바 있다.
그는 영국 노동당의 전 대표 닐 키녹과 유럽의회 부의장을 지낸 글레니스 키녹의 아들인 스티븐 키녹과 결혼했으며, 영국문화원장을 지낸 그의 남편은 현재 세계경제포럼(WEF)의 유럽·중앙아시아 담당자다. 토르닝슈미트는 한때 고급 가방을 좋아해 언론으로부터 ‘구치 헬레’라는 비아냥을 듣거나 집안의 후광으로 출세가도를 달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두번의 총선을 거치며 리더십을 인정받게 됐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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