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대선후보 2차경선서 오브리 꺾고 당선
“분노하는 99%의 심정 이해해” 경선 승리 연설
신뢰도 48%로 28% 얻은 맞수 사르코지 압도
“분노하는 99%의 심정 이해해” 경선 승리 연설
신뢰도 48%로 28% 얻은 맞수 사르코지 압도
프랑스 사회당이 17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16일 사회당의 2차(결선) 국민경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57) 사회당 전 대표가 56%의 지지를 얻어 43%를 얻은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 현 대표를 눌렀다고 <프랑스24> 텔레비전 방송 등이 전했다. 올랑드는 내년 4월22일 치르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사회당 후보로 나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겨루게 됐다.
올랑드는 경선 승리 뒤 연설에서 “실업, 일자리 불안정, 높은 집세, 갈수록 이용하기 힘든 건강보험에 대한 수많은 사람의 분노와 우려를 들어왔다”고 말했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분노한 99%’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세계화와 유럽, 환경의 실패에 대한 우려도 알고 있다”며 “우리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프랑스의 젊은이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랑드는 지난 9일 1차 경선 뒤 탈락한 4명의 후보들의 지지를 독식하면서 이미 승리를 예약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그가 경제위기를 잘 해결할 것으로 믿는 프랑스인은 48%에 이르러, 28%의 신뢰를 얻은 사르코지를 압도했다.
16일 밤, 올랑드의 경선 승리는 파리의 거리와 클럽에서 젊은이들의 열광을 일으켰다. 이번 국민경선에는 18살 이상의 유권자뿐 아니라, 사회주의 단체에 가입한 15~18살의 청소년들에게도 개방됐다. 이렇게 국민경선은 정치에 대해 불만족했거나 무관심했던 젊은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올랑드는 변화에 대한 갈망의 매개로 선택됐다. 더욱이 15일에는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 82개 나라에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함께 점령하자’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때 그의 별명은 ‘무슈 루아얄’이었다. 국립행정학교(ENA)에서 만나 4명의 아이를 두고 25년 동안 함께 살았던 전 동거녀 세골렌 루아얄의 성을 딴 것이다. 루아얄이 환경부 장관과 푸아투샤랑트의 주지사, 사회당의 대통령 후보로 잘나가는 동안 그는 루아얄의 그림자였다. 대신 그는 중요하지만 빛이 나지 않는 일을 했다. 이를테면 2002년 대선에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가 결선에도 오르지 못해 당이 충격에 빠졌을 때 이를 수습하는 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조용한 남자’(옴 트랑킬)에게도 기회가 왔다. 먼저 16년 동안의 보수 성향 정부와 유럽의 경제위기, 사르코지의 튀는 스타일에 지친 프랑스인들은 변화를 원했다. 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사회당 대통령 후보감이었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낙마한 일도 그에겐 행운이었다. 스트로스칸은 5월 호텔 여종업원 성폭행 미수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됐다가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결국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그의 다른 별명은 ‘무슈 노르말’이다. 그는 지적이고 유머와 위트 감각이 있으며 겸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미없거나 지루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올랑드 자신도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재미없는’ 올랑드가 내년 4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프랑스와 유럽에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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