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 국경지역…‘지하 5㎞’ 진앙 피해 키워
터키 동부의 쿠르디스탄(쿠르드 민족 거주지) 지역에서 23일 일어난 규모 7.2의 강진으로 24일까지 270명이 죽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
터키 지진연구소는 이번 지진의 진원지가 터키 동부지역 반에서 북동쪽으로 19㎞ 떨어진 지역의 5㎞ 지하라고 밝혔다. 이곳은 이란, 이라크와의 국경에서 가까운 산악지역이며 쿠르드족의 거주지다. 사망자는 에르지쉬와 반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부상자도 두 도시를 포함해 반 지역 일대에서 1000명이 넘었다. 여진도 규모 5.7을 포함해 100차례 넘게 일어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24일 에르지쉬를 방문해 “지금 시점에서 정확한 사망자 수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더 많은 생존자를 구하는 게 우리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에르지쉬에서 55개동, 반과 주변에서 970개동의 건물이 무너졌다고 밝혀,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에서는 교도소의 담이 무너져 수감자 200여명이 탈출했으며, 이 가운데 50여명은 다시 잡혔다고 터키 언론들은 보도했다.
24일까지 주변 38개 도시에서 1270명의 구조대가 피해 지역에 투입됐으며, 터키 보건부도 구급차 145대와 의료진 500여명을 현지에 보냈다. 터키 적신월사도 피해 지역에 천막과 담요 등 생활물품들을 보냈다. 그러나 이런 구호품은 즉시 대규모로 현지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어서, 밤에 0℃까지 떨어지는 산악 지역의 피해 주민들은 당분간 고통 속에 지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십자형으로 단층선이 지나는 지역이어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며, 1999년 터키 북서부에서 일어난 두번의 강진으로 2만여명이 숨진 일도 있었다.
이번 지진 소식을 듣고 한국과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이 구조대를 보냈거나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국방부, 외교부가 모두 터키에 지원을 제안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이스라엘 해군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 가는 국제구호선을 공격해 터키인 9명을 숨지게 한 뒤 양국 관계는 얼어붙어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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