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400명 카카벨로스시…100만유로 빚에 ‘극단적 선택’
내년 50억 유로를 삭감한 중앙정부의 재정 정책으로 인해 스페인 지방정부들이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중앙ㆍ지방정부의 부채가 누적돼 있어 뾰족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30일 보도했다.
가장 극단적인 재정 균형 정책은 카스티야의 카카벨로스에서 나왔다. 100만 유로의 빚에 맞닥뜨린 시장은 이 도시의 한 해 전체 예산을 복권을 사는 데 걸었다. 불행하게도 시가 산 복권은 당첨되지 않았다.
9억5700만 유로를 빚진 남부 헤레즈의 지방 경찰은 유죄를 선고받은 마약 거래상들에게서 압수한 차를 사용하고 있다. 모라타야의 무르시아 경찰은 지역 차량 정비소에 12만 유로의 연료를 빚지는 바람에 걸어서 순찰을 돌아야 하는 상황이다. 남부의 코인에서는 전기회사 엔데사에 24만 유로를 빚져 가로등을 어쩌다 한번씩 켠다.
‘돈키호테’의 고장으로 유명한 카스티야라만차의 건강보험공사는 현재 15만9천건의 진료ㆍ치료 비용이 지불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한 달에 1천건에 이르는 이 곳 여성들의 낙태는 지난해 12월부터 더이상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대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스페인 서부의 펠레아스데아바호다. 이 주민들은 1인당 1만8400유로를 빚지고 있는데, 이를 다 갚기 위해서는 5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시의 소유 재산은 시청 건물 하나뿐이다.
이렇듯 스페인 지방정부들이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는 것은 2009년 세계 경제위기 이전의 호황기에 쓸데없는 사업들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지방정부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이를테면 피레네의 우에스카의 4천만 유로를 들인 공항은 지난 석달 동안 4대의 민간 항공기만 이용했다. 발렌시아의 카스테욘에는 1억5천만 유로를 들여 지난 3월 문을 연 공항이 내년 4월이 돼야 처음으로 이용된다.
아라곤 지역의 인구가 1천명인 타르디엔타에는 하루 22명이 사용하는 고속열차 역이 세워졌다. 북부 아빌레스의 니에메예르 예술 센터는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모델로 4400만 유로를 들여 지었는데, 연 지 6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중앙정부가 계산한 지방정부의 전체 부채는 예산 삭감액의 7배인 370억 유로로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단기간에는 해결할 수가 없는 규모다. 현재 스페인의 지방정부 40%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놓여 있다.
물론 중앙정부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공무원 월급을 5%, 장관 월급을 15% 깎았고, 연금 인상을 묶었으며, 갓난아기에게 주는 2500유로의 수당도 없앴다. 심지어 지난달엔 그가 소속한 사회당이 비판해 왔던 예산 상한제를 헌법에 규정하는 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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