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업 “투자금 손해” 소송 계획
스웨덴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바텐팔이 자신들이 소유·운영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한 독일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아이에스디)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는 정당한 공공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포함된 아이에스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해명과 달리, 정당한 공공정책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외국 투자자의 소송 사례여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최근 바텐팔이 이번 크리스마스께 독일 정부를 상대로 자신들이 소유·운영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에 따른 10억유로(1조50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송이 제기되면 미국 워싱턴의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이하 분쟁해결센터)로 가게 된다.
바텐팔의 소송은 지난 5월 독일 정부가 17개의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2022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한 뒤 바텐팔이 소유·운영해온 2개의 원전을 즉시 폐쇄한 데 따른 것이다. 바텐팔은 독일 함부르크 부근의 브룬스뷔텔 원전의 66.7%, 크뤼멜 원전의 50% 지분을 갖고 있으며, 두 원전의 운영 회사이기도 하다.
바텐팔은 독일의 일방적인 원전 폐쇄 결정이 자신들의 자산 가치를 파괴했다고 보고 있다. 바텐팔은 지난 2010년 9월 독일 정부가 오래된 원전의 운영 기간을 8~14년 연장하기로 한 결정을 믿고 7억유로를 두 원전에 투자했다. 그러나 2011년 일본의 원전 사고 직후 독일 정부가 두 원전을 포함한 8개 원전을 갑자기 폐쇄함으로써 이 투자금이 날아가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텐팔은 이미 2009년 자신이 운영하던 함부르크-모어부르크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독일 정부의 환경 규제에 맞서 14억유로의 소송을 분쟁해결센터에 제기해 2010년 독일 정부의 배상을 받아냈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명지대 교수(국제거래법)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 정부의 원자력 정책이 바뀌었을 때 국내 원전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도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규원 정은주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