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21.5%·국채 이자 7%
라호이 대표 ‘정책’ 불분명
온건·조심스런 성격 평가도
라호이 대표 ‘정책’ 불분명
온건·조심스런 성격 평가도
스페인 야당 국민당이 20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마리아노 라호이(56) 대표가 이끄는 중도우파 국민당은 이날 총선에서 하원(350석) 과반 의석을 너끈히 넘긴 186석(44%)을 획득했다. 반면 집권 사회당은 이날 111석(29%)을 얻는 데 그쳐, 7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스페인은 이날 총선 결과로 유로존 부채위기 이후 5번째(아일랜드·포르투갈·그리스·이탈리아 순)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나라가 됐다.
스페인의 이번 총선은 사회당의 경제 실정에 대한 ‘심판’ 그 자체였다. 유로존 4위 경제국이었던 스페인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21.5%까지 치솟는 등 최악의 상황에 처할 때까지 사회당 정부는 뭘 했느냐는 분노가 ‘표심’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기업 프렌들리’형인 국민당의 압도적 선거 승리 소식에 스페인 주식·채권 시장은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압도적 승리를 통해 스페인 정국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외신들은 국민당 정부가 위기에 빠진 스페인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당의 압도적 승리가 “(새로운) 비전이나 영감을 통해 이룬 것이라기보단 사회당의 실패 위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실제로 라호이 대표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연금, 교육 분야를 제외하고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전체 골격을 밝혔을 뿐, 정확하게 자신의 경제 정책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아왔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7%대에 근접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위기의 스페인호’를 이끌게 될 라호이 대표를 두고선 “유로존 부채위기에 휘말린 나라의 위기 관리자 역할을 맡기엔 조심스럽고 온건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연 그가 신속하고 과단성 있게 위기 대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또 국제 경험이 별로 없고, 현재의 위기 극복과정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