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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스트로스칸 사건 ‘음모의 배후’
사라진 블랙베리는 알고 있다?

등록 2011-11-27 20:10

호텔 객실 청소원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운데)가 15일 밤(현지시각) 경찰의 첫 조사를 받은 뒤 양팔이 붙들린 채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호텔 객실 청소원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운데)가 15일 밤(현지시각) 경찰의 첫 조사를 받은 뒤 양팔이 붙들린 채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욕 호텔서 ‘휴대폰 해킹’ 경고 문자와 함께 사라져
CCTV 속 ‘두 남자 환호’ 등 언론서 의혹제기 ‘봇물’
사르코지쪽 겨냥 “정적제거 목표 의도성 배제 못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호텔 여종업원 성폭행 사건이 ‘정치적 음모’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미국 <뉴욕 리뷰 오브 북>은 스트로스칸이 뉴욕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했다는 지난 5월14일을 시간대별로 취재해 26일 석연찮은 점들을 대형 기사로 내보냈다. 드러난 징후들은 공교롭게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쪽을 향하고 있어, 향후 정치적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라진 블랙베리

‘음모론’이 시작되는 지점엔 스트로스칸의 사라진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있다. 그는 사건 당일 이 휴대폰으로 프랑스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파리 사무실에서 임시 연구원으로 일하는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당신이 블랙베리로 부인에게 보낸 이메일 중 적어도 하나를 대중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읽었다.” 그는 오전 10시7분께 프랑스에 있던 아내 앤 싱클레어에게 전화를 걸어 이 휴대폰의 해킹 여부를 조사해줄 전문가를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했다.

하지만 해킹 여부를 조사하기도 전에 블랙베리폰은 사라졌다. ‘사건’ 당일 낮 12시51분, 호텔에서 마지막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잡힌 것을 끝으로 전원이 끊겼다. 누군가 일부러 전원을 껐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텔에선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의문의 방

호텔 카드키 기록과 스트로스칸의 통화 기록, 각종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기록을 보면 성폭행 사건은 낮 12시6~13분 사이에 일어났다. 하지만 성폭행 피해자인 나피사투 디알로는 곧장 신고를 하는 대신 브이아이피(VIP) 룸이 있는 28층에 한동안 머물렀다. 디알로는 검찰조사 초기엔 “무서워서 복도에 숨어있었다”고 진술했지만, 그의 카드키 기록엔 낮 12시26분께 ‘2820호’에 들어간 것으로 나왔다. 이 방 투숙객이 체크아웃 하기 전이다. 그는 이날 아침에도 여러차례 이 방을 드나들었다. 호텔 쪽은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이 방 투숙객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호텔 쪽의 ‘늑장 신고’도 도마에 오른다. 성폭행 사실을 호텔 안전요원과 경영진에게 ‘공식’ 보고한 시각은 낮 12시42분. 하지만 보안요원들이 911에 신고한 시간은 오후 1시31분께를 넘어서다. 성폭행 피해자인 디알로가 병원 검진(오후 3시57분)을 받기까지 4시간 넘게 방치됐다는 얘기다.

신문은 이 호텔의 보안담당 국장인 존 쉬한이 호텔 엔지니어인 브라이언 이어우드와 익명의 남성에게 문자를 보낸 뒤에서야 신고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아코르 그룹의 보안 총책임자 르네 조르주 퀘리와도 중간에 통화를 했다. 늑장 대응은 이 호텔이 프랑스의 ‘아코르’ 그룹 소유라는 점과 맞물리면서 ‘음모론’으로 커진다. 앞서 <르 피가로>는 아코르 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자비에 그라프가 친구에게 “내가 스트로스칸을 낙마시킨 주인공”이라고 이메일을 보냈다고 폭로했다.


■시시티브이 속 환호

호텔 시시티브이에 잡힌 환호하는 두 남성의 모습도 의문이다. 시시티브이에는 호텔 쪽이 성폭행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난 2~3분 뒤, 엔지니어인 이어우드가 디알로와 함께 보안 사무실로 내려왔던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과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찍혀 있다. 이 두 사람은 무려 3분 가까이 그곳에서 춤까지 추며 기뻐했다. 무엇을 축하한 걸까.

눈덩이처럼 커진 의혹은 어느 하나 명쾌히 해명되고 있지 않지만, 확실한 건 스트로스칸이 더는 사르코지의 경쟁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트로스칸 쪽의 변호인인 윌리엄 테일러는 “스트로스칸이 자신을 정치적 맞수로 여겨 무너뜨리려는 세력의 의도적인 목표물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소피텔과 이 호텔 소유사인 아코르 그룹이 나서서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모두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장 프랑수아 코페 대중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완전히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이제 사건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게 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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