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이 관광 등 한국 경제에도 바람
이제 한국 떠올리면 대중음악·드라마 먼저”
이제 한국 떠올리면 대중음악·드라마 먼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케이팝’과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이 승운을 탔다고 보도했다. 특히 연예기획사들의 주가 상승에 대해서는 ‘거품’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이 거품이 쉽사리 꺼지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이 신문은 지난 14일 ‘연예기획사가 케이팝의 파도에 올라탔다’는 기획기사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 진출이 연예기획사 주가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난달 23일 코스닥에 상장된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빅뱅·투애니원 같은 아이돌 그룹을 내세워 기업공개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가 넘는 7만8200원까지 뛰어올랐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뿐만이 아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나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같은 다른 연예기획사들도 모두 주식 시장의 스타가 됐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도 케이팝의 인기가 올라간 덕분에 이들의 주가는 올해 세 배로 뛰어올랐다.
최근 케이팝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외국 시장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000만차례 이상 재생됐다. 이 신문은 이런 케이팝 스타들이 10대 젊은이들을 일찌감치 선발해 수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시킨 뒤 스타덤에 올리는 연예기획사 시스템을 통해 출현하고 있으며, 이들은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와 노련하게 기획된 안무로 서구 시장을 뚫으려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류연구소 한구현 소장은 “한류는 하룻밤 새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며 “케이팝 문화가 재미있고 독특하지만 외국 팬들에게 아주 낯선 것도 아니라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시우 애널리스트는 “케이팝 스타들이 서구 일부 지역에서 팬 기반을 갖고 있지만 아직 서구 시장의 주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면서 “연예기획사들의 주가는 케이팝의 잠재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거품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그 거품이 조만간 쉽게 터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팝 효과는 연예기획사 주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이 신문은 최근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관광 수지 등 한국 경제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에선 한국이라면 자동차·반도체칩·휴대전화를 떠올렸는데, 이제는 대중음악과 텔레비전 드라마를 연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앨범 출시, 콘서트, 시상식 등의 행사에 참여하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났고, 이를 보기 위해 입국한 관광객의 숫자는 지난해 3만4000여명에 이르는 등 두 배로 늘어났다. 물론 드라마·영화 세트장을 보러 입국하는 관광객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대중음악과 텔레비전 쇼 같은 문화 수출로 얻는 수입은 2008년에 20억달러에 이르렀는데, 이후로도 해마다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 신문은 한국 관료들이 재벌그룹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한류가 경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