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교육장관, 부총리에 제안
혹독한 ‘재정긴축’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영국에서 초호화 왕실요트 구입 문제가 구설에 올랐다.
영국에서 교육예산 쥐어짜기로 악명높은 보수당 출신 마이클 고브 교육부 장관은 얼마 전 제레미 헌트 문화부 장관과 닉 클레그 부총리에게 은밀한 편지를 보냈다. 올해 여왕즉위 60주년을 맞아 공공 기부 펀드를 통해 여왕에게 최소 6000만파운드(약 1060억원)에 이르는 새 요트를 사주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담은 내용이었다.
영국의 왕실 요트 ‘브리타니아’호는 1953년 항해를 시작해 여왕과 함께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떠다니는 궁전’으로 불렸다. 하지만 1997년 은퇴해 에든버러 리스항에 정박한 채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새 왕실 요트를 만들자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1997년 당시 추산 6000만파운드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진전이 없었다. 올 6월 즉위 60주년 기념식 때도 ‘차트웰의 정신’이라는 순양함이 탬즈강에서 여왕을 태우고 퍼레이드를 하기 위해 ‘꽃단장’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긴축재정’의 달인인 고브 장관이 초고가 새 요트 구입 문제에 불을 지핀 것이다.
고브의 이런 주장의 배경은 그의 정치적 성향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편지를 단독 입수한 <가디언>은 16일 그를 ‘열렬한 군주제 지지자’로 묘사했다. 고브는 편지에서 “나는 여왕즉위 60주년이 우리에게 국가와 영연방에 대한 여왕의 매우 주목할만한 헌신을 깨달을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줄 거라고 강하게 확신한다”며 장황한 수사를 늘어놓으며 여왕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그는 또 영국의 끔찍한 경제상황 속에서 국가정신을 고양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이전의 즉위 기념식들을 훨씬 능가하는 대규모 축제가 요구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나의 (새 요트 구입) 제안은 여왕의 존엄에 대한 국가적인 선물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브의 여왕과 왕실에 대한 이런 선심성 제안이 별탈없이 수용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자유민주당원들은 국가적인 긴축 시대에 최소 6000만파운드가 소요되는 고브의 제안에 개인적인 놀라움을 표현했다. 또 톰 왓슨 노동당 부의장도 “학부모들은, 학교 예산이 난도질 당했는데 어떻게 고브가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지 놀랄 것”이라며 당혹스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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