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런던테러가 발생한 지 2주 만인 21일 런던에서 연쇄폭발사건이 발생한 직후 런던 경찰들이 동부 해크니가에서 사건을 목격한 시민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런던/AP 연합
경찰, 도주 동남아계 남자에 5발 총쏴
이번에도 지하철·버스 자살폭탄 기도…실패
이번에도 지하철·버스 자살폭탄 기도…실패
7·7 테러가 발생한 지 2주일 만에 또다시 연쇄폭발 사건이 일어난 런던에서 범행 용의자 1명이 사살되고, 용의자 4명의 사진이 공개되는 등 경찰의 수사가 급진전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네 사람이 지하철역 3곳과 버스 1대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이려다 실패한 뒤 모두 도망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 추적에 힘을 쏟고 있다. 런던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지 하루 지난 22일 오전 런던 남부의 스톡웰 지하철역에서 전날 테러 용의자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경찰 대변인이 밝혔다. 목격자들은 지하철역 검표대를 뛰어넘어 도주하는 동남아시아계 남자 1명이 경찰로부터 5발의 총격을 받고 현장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경찰은 “검문을 거부하고 달아나던 신원 미상의 남자 1명을 사살했다”며 그는 테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 테러 직후 용의자가 투항을 거부하면 사살하라는 ‘살해 명령’을 전 경찰에 내린 바 있다. 한편, 7·7 테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던 알카에다 연계조직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 역시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이교도 영국의 수도 심부를 공격한 우리가 다른 유럽 정부들에 보내는 유일한 메시지는 이교도 병사들이 이라크에서 떠나기 전까지는 우리가 약화되거나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테러는 범인을 목격한 이들이 많고 현장에서 불발 폭발물을 수거함에 따라 수사에 급진전이 예상된다. 영국 경찰은 폭발 불발 뒤 현장에서 배낭 운반형 폭탄 4개를 수거했으며, 용의자들을 직접 본 목격자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힌 용의자 4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일부 범인들은 배낭에서 폭발물이 부실하게 터진 뒤 배낭을 던져 버리고 도망가다가 시민들에게 잡힐 뻔하는 등 범인들의 노출도가 높았다. 4개의 폭발물 가운데 최소한 2개의 기폭장치는 가동됐으나 폭발물에 점화시키지 못했고, 1개는 부분 폭발했으며, 나머지 1개는 전혀 폭발하지 않았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번 연쇄폭발은 3곳의 지하철에서 거의 동시에 터지고 버스에서는 시간 간격을 두고 터진 것을 비롯해 폭발물을 넣은 등산용 배낭, 폭발물 성분 등 7·7 테러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대에 일어난 점, 폭발물이 제대로 터지지 못한데다 범인들이 7·7 테러 때에 비해 자신들의 모습을 많이 노출한 점은 대조되는 점이다. 경찰은 테러범들이 ‘우리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가능성과 7·7 테러를 수사 중인 경찰력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고 혼란만 초래하려는 목적’을 가졌거나, 범인들이 폭발물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아마추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도 경찰은 보고 있다.
한편, 7·7 테러의 악몽에서 막 벗어나려던 런던 시민들에게 테러의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21일 발생한 영국 런던 지하철·버스 연쇄 폭발은 56명이 숨진 7·7 테러에 비하면 피해가 거의 없었지만, 테러를 일회적인 사건으로 치부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려던 런던 시민들에게 준 충격은 크다. <인디펜던트>는 ‘공포의 도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시 웃는 법을 배웠다’는 기사를 실은 석간신문이 가판대에 나오자마자 곧바로 7·7 테러 복사판 사건이 발생했다며, 시민들이 ‘공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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