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메라(24)
사르코지, 관리책임 비판 차단하려 생포명령
32시간 대치 뒤 진압…머리에 총 맞고 추락
32시간 대치 뒤 진압…머리에 총 맞고 추락
경찰과 32시간의 지루한 대치전을 벌이던 프랑스 남서부 지역 연쇄 총격테러 용의자가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클로드 게앙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22일 오전 11시께 툴루즈에서 용의자 모하메드 메라(24)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21일 새벽 3시30분께 시작된 ‘지루한 대치’가 마침내 끝난 것이다. 메라는 21일 오후까지 투항하겠다는 경찰과의 약속을 어기고 포위된 자신의 아파트 안에 머물렀으나 결국 급습한 경찰특공대와 총격전을 벌이다가 창문으로 총을 쏘며 뛰어내렸고, 바닥에 떨어졌을 때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그가 머리에 총을 맞은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는데, 경찰의 총에 사살당한 것인지 추락사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총격전 와중에 3명의 경찰특공대가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한명은 중태라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밝혔다.
알제리계 프랑스 이민 2세대로 확인된 메라는 자신이 파키스탄 와지리스탄에서 알카에다 훈련을 받은 무자헤딘이며, 3차례 총격테러로 7명을 숨지게 한 범인이라고 이미 시인했다. 특히 19일 툴루즈의 유대인 학교에서 총을 난사해 교사와 학생 등 4명을 살해해 프랑스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그는 “후회는 없다. 좀더 사람을 죽일 시간이 없는 게 유감”이라며 “프랑스를 굴복시켰다”고 말했다. 게다가 “22일 오전에 군인을 목표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추가 범행 계획도 자백했다.
21일 소재가 파악된 그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은 강제진압 대신 협상과 설득을 거듭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생포 명령’ 때문이다. 경찰은 그를 생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의 생포 명령은 4월22일 1차 투표를 앞둔 대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라는 아프간에서 2007년 관습법 위반 혐의로 투옥됐다가 2008년 탈레반 폭동 과정에서 탈출했다. 15건의 미성년자 대상 범죄 전력도 드러났다. 경찰은 오랫동안 메라를 추적해 왔다고 밝혔지만, 3차례나 되는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사르코지 역시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르코지는 이런 비판론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범인을 생포한 뒤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단호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길어지는 대치에 경찰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늘어나자 전격적으로 진압작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가 AK-47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점도 진압작전의 걸림돌이었다. 협상 중단 직후 작전 현장에서는 화염과 함께 3차례나 폭음이 들려와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게앙 장관은 “용의자를 겁먹게 하려는 작전”이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메라의 ‘대응’을 기대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어 이미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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