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부에 통제권…2018년 4단계 완성
러 “전략적 균형관계 무너뜨릴 것” 반발
러 “전략적 균형관계 무너뜨릴 것” 반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럽 미사일방어(MD) 체제의 1단계 조처에 착수했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반대해온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미-러 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28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군 최고 지휘부는 2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유럽 미사일방어 체제의 첫 단계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탑재해 지중해에 배치된 미국 전함과 미사일 발사를 감시·추적하는 터키 소재 엑스밴드 레이더의 통제권을 독일 나토 사령부가 갖도록 결정했다. 미사일방어 체제는 적국의 미사일 발사를 조기 탐지하고 이를 정확히 추적해 요격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위해서는 일관된 지휘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번 1단계 조처는 이 시스템을 처음으로 작동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토의 유럽 미사일방어 계획은 4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2018년께 완성될 예정이다. 나토는 스페인 로타항에 미국 이지스함 4대를 배치하고,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미국제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미사일3(SM3)을 발사할 미사일 방어 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유럽 미사일방어 체제는 러시아의 핵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나토 쪽은 이것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이란과 같은 적국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할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결국에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며 “앞으로도 러시아와 대화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은 이날 이번 조처가 전략적 균형관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나토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대한 통제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러시아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을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나토는 이를 거부해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 서남부 칼리닌그라드에 첨단 요격회피 기술이 적용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고, 핵무기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2010년 미국과의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1983년 발표된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사일방어 체제는 적국의 장거리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 본토 방어와 중·단거리미사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갖고 추진됐으나, 과대포장된 위협과 새로운 군비 경쟁 초래, 요격의 부정확성 등 때문에 논란을 빚어왔다. 미사일방어 기술 전문가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는 <비비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란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고 유럽에는 실질적인 군사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잠재적 위협이 과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탠더드미사일3은 장애물이 제거된 비전투 상황에서만 시험이 된 만큼 실제 전투 상황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사일방어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데 상대방은 이것이 작동할 것으로 여겨 공격무기 증강에 나서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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