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밥 다이아몬드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이 리보금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해부터 ‘윤리적 은행’을 만들겠다고 천명해온 이 은행 최고경영자(CEO) 밥 다이아몬드(사진)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자산 규모가 2조3천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4대 은행의 최고경영자인데다, 연봉 순위도 국제금융업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거물급에 속하는 인물이다.
다이아몬드는 27일(현지시각)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번 사건은 바클레이스의 기준에 매우 못 미치는 과거의 행위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그 스스로도 이런 ‘과거의 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클레이스 은행의 리보금리 조작에는 자회사 바클레이스 캐피털 직원들이 관여돼 있는데, 공교롭게도 조작 행위가 벌어졌던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그가 이 자회사의 대표를 맡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2011년 1월 바클레이스 최고경영자로 승진하면서 자신의 최우선 정책 중 하나로 윤리경영을 표방했다. 그는 당시 ‘시민 책임 보고서’라는 제목의 3개년 계획에서 성장 기여, 경영방식 개선,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이런 공약의 의도마저 의심받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27일 “다이아몬드는 리보금리 조작 행위가 발생했던 당시 해당 자회사를 책임진 인물인데 ‘좋은 시민’으로 행동하겠다고 자랑스럽게 천명해왔다”고 꼬집었다.
이미 고연봉 논란으로 이미지 타격을 입은 바 있는 다이아몬드는 이번 사건으로 사임 압박에도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770만파운드(약 319억원)를 받은 것을 포함해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약 1억파운드(약 1800억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올해 4월 주총에서 주주 27%가량이 다이아몬드의 연봉 인상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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