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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화장하는 한국남자, 경쟁사회의 산물”

등록 2012-12-03 20:15

젊은 남성 20% 파운데이션류 사용
BBC “외모가 경쟁우위 제공” 분석
외신에 비친 한국 남성의 이미지는 과음과 격무, 조국을 위해 전쟁에도 뛰어들 수 있는 용감무쌍함이다. 그런 한국 남성들이 스킨·로션도 모자라 얼굴에 파운데이션까지 바르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3일 ‘한국의 마초적인 남성 문화’와 ‘남성용 화장품 인기’라는 두 모순된 현상의 ‘연결고리’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경쟁을 꼽았다. ‘외모도 실력’이라는 경쟁주의가 반영된 사회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런던의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통계를 보면, 한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10% 성장했다. 화장품업체 ‘아모레 퍼시픽’은 14%로 추산하기도 한다. 시장 가치는 연 9억달러(약 9750억원) 수준이다.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을 감안하면 더욱 도드라지는 상승세다.

이는 외국인들의 눈에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의무군복무제와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한국 남성들이 전통적인 성역할 관념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비시>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경영학을 전공하는 26살 유진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자외선을 차단하고 잡티를 가리는 기능이 있는 비비크림을 비롯해 얼굴에 5가지 화장품을 바른다. 유진씨는 “군에 있을 때 햇볕 차단을 위해 쓰기 시작했다. 많은 한국 남성들이 군복무를 하면서 비비크림을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비시>는 한국의 옛 장성들이 유진씨의 말을 듣는다면 무덤에서 한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아모레 퍼시픽은 젊은 남성 중 20% 정도가 ‘파운데이션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더구나 신세대 젊은 남성들의 화장 문화는 마초적이고 경쟁적인 문화와 충돌도 없다. 아모레 퍼시픽 쪽은 몇해 전 눈길을 끌었던 ‘외모도 전략이다’ 라는 광고를 예로 들어 이 현상을 설명했다. “자신을 잘 가꾸는 것은 경쟁력을 반영하고, 패키지 상품으로서 외모도 가치의 일부라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에게도 외모는 경쟁우위를 제공한다.”

<비비시>는 이와 관련해, 한국을 선진국 가운데 최장시간 노동을 하는 ‘심한 경쟁사회’라고 소개했다. 또 80%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며, 유명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경쟁도 극심하다고 전했다.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배라는 슬픈 현실도 덧붙였다. 유진씨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그는 “나는 남성들이 더 여성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화장한다고 보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 더 핸섬해 보인다면, 인사담당자들은 더 나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국 여성들도 ‘화장하는 남자’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다만 색조화장 등 ‘노골적인 화장’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한 여성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남자가 아니라면, 아이라이너 같은 화장은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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