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은 누가?
‘최다 신자’ 남미 추기경들 부상
가나·나이지리아 후보도 가능성
콘클라베 구성상 시기상조론도
‘최다 신자’ 남미 추기경들 부상
가나·나이지리아 후보도 가능성
콘클라베 구성상 시기상조론도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11일(현지시각)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한 이후, 이탈리아 보수 성향의 추기경부터 아프리카의 급진적인 추기경까지 새로운 교황 후보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가톨릭 최대 인구를 보유한 남미 지역에서는 내심 새 교황 배출의 희망이 분출되고 있지만, 교황 선출회의인 콘클라베의 인적 구성상 비유럽 출신 교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까지 확실한 ‘유력 후보’가 없어 새 교황에 대한 전망도 크게 엇갈린다. 우선 가톨릭 인구 12억명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가톨릭의 보루’ 남미 출신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디요 페드로 셰러(61) 브라질 상파울루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처럼 독일계이며, 온건파로 분류돼 남미계 선두주자다. 또 바티칸 동방교회성 장관인 아르헨티나의 레오나르도 산드리(69) 추기경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오스카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70) 온두라스 추기경도 신망이 높지만, 급진적인 정치적 성향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프리카권에서는 2명의 교황 후보가 유력하다. 가나의 피터 턱슨(64) 추기경은 2010년 8월 베네딕토 16세의 런던 방문 때 동행하면서 차기 교황 후보로 급부상했다. 턱슨 추기경은 당시 흑인 교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못 될 이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해 눈길을 끌었다. 2005년 교황 선출 때 베네딕토 16세에 아깝게 패했던 나이지리아의 프랜시스 아린제(80) 추기경은 고령이라는 약점이 있다. 만일 둘 중 한명이 새 교황으로 선출된다면, 496년 겔라시우스 교황 선종 이래 1500여년만에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폴란드인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독일 베네딕토 16세에게 잇따라 교황 자리를 내줬던 이탈리아계의 ‘교황 재탈환’ 움직임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종교연구센터의 베르나르도 바란코는 “바티칸은 재유럽화 돼왔을 뿐만 아니라, 재이탈리아화 돼왔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출신 안젤로 스콜라(71) 밀라노 대주교, 지안프란코 라바시(70) 추기경 등이 ‘현실적인’ 차기 교황감으로 언급되고 있다.
외신에서는 비유럽권인 캐나다의 마크 웰레(68) 추기경과 가나 턱슨 추기경의 경합을 전망하기도 한다. 아일랜드 도박사이트인 패디파워에서는 12일 현재 마크 웰레 추기경이 5대2의 확률로 가장 유력하다.
교황이 되려면 3월24일께 개최되는 콘클라베 참석자 3분의 2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80세 이하 추기경으로 구성된 118명 가운데 62명은 유럽 출신이다. 특히 67명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임명했기 때문에, 보수적인 현 교황과 교리와 성향이 비슷한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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