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선거 앞두고 포퓰리즘 공세
지지율1위 정당과 격차 3~6%p뿐
20% 달하는 부동층에 결과 달려
소속 정당 집권땐 유로존 ‘먹구름’
지지율1위 정당과 격차 3~6%p뿐
20% 달하는 부동층에 결과 달려
소속 정당 집권땐 유로존 ‘먹구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7) 전 총리가 24∼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계복귀를 선언한 뒤 그의 중도우파 자유국민당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62) 당수의 중도좌파 민주당을 무섭게 따라잡으며 10%포인트 차였던 지지율 격차를 3~6%포인트 차로 좁혔다. 특히 막판 부동표를 붙잡기 위해 재산세 폐지와 기납부금 환급을 ‘마지막 카드’로 꺼내들어, 표심에 미칠 결과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0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핵심 경합지역 주민들에게 편지를 발송해 “재산세(IMU)를 폐지하고 이미 납부된 재산세는 현금으로 환급해주겠다”고 선전했다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중요한 알림: 2012년 재산세 환급’이라는 공문 형식 편지를 통해, 전체 40억유로에 이르는 재산세를 환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 도입된 재산세는 주택가격의 0.4%를 세금으로 부과하며, 긴축재정 방안 가운데 국민 반감이 가장 높다.
베르사니 민주당 당수는 “신용사기”라며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마피아 소탕 검사 출신의 급진 좌파 시민혁명의 지도자 안토니오 인그로이아(54)는 “선거 사기와 표매수로 고발하겠다”고 맞섰다. 하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베를루스코니의 정책에 많은 유권자들이 부화뇌동 하는 것이 이탈리아 정치의 현실이다.
베를루스코니는 각종 부패 스캔들과 이른바 ‘붕가붕가 파티’로 유명한 미성년자 성매수 사건에 최악의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2011년 11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때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것처럼 보였으나, 3선 총리의 노하우와 막강한 자금력, 미디어 재벌이라는 특수 지위를 이용해 또다시 부활했다. 그는 <이탈리아 1> <카날레 5> <레테 4> 등 3대 민영방송을 소유하고 있다. 국영방송 <라이>도 실질적으로 장악해 이탈리아 방송의 90% 이상이 그의 영향력 하에 있다. 최대 잡지 <파노라마>, 일간 <일 조르날레>도 그의 소유다. 이 매체들은 베를루스코니의 이미지를 대담하고 사랑스러운 악당의 이미지로 미화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인들은 이런 이미지에 호감을 느낀다. 색깔이 없는 베르사니와 너무 꼼꼼한 몬티에 비해, 베를루스코니의 타고난 쇼맨십도 강점으로 분석된다.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이 뒷심을 보이면서 이탈리아 총선 결과는 단정짓기 어렵게 됐다. 애초 민주당이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마리오 몬티(70)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이 3위를 차지하면 연정을 꾸려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 베르사니가 총리를 맡고 몬티가 경제 장관을 맡아 현 몬티 정부의 긴축재정과 개혁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2위 자유국민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개그맨 출신 베페 그릴로(65)가 이끄는 반정당주의 오성운동이 3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전날인 8일 조사를 보면, 민주당 33.8%-자유국민당 27.8%-오성운동 18.8%-중도연합 13.4%로 나타났다. 특히 유권자들이 베를루스코니의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창피해서” 아닌 척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유국민당의 실제 지지율은 더 높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중도연합은 좌파와 어떤 공통점도 없다”는 몬티 총리의 말을 근거로, 중도연합이 자유국민당과 연정을 꾸릴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20%가 넘는 부동층의 표심에 따라 총선 결과가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의 망령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자, 유럽 언론들은 벌써부터 유로존의 미래를 우려하며 겁을 먹고 있다. 자유국민당이 집권하면 긴축후퇴와 개혁무산이 예상되고, 이탈리아는 결국 구제금융 신청과 유로존 탈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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