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확대와 함께 시작된 선교
가톨릭 신자 최다 지역으로 우뚝 서
유럽 출신 많은 선거인단 무시 못해
“보수적인 지난 시대 변화로 나아가”
부모는 이탈리아인…대표성 의문도
가톨릭 신자 최다 지역으로 우뚝 서
유럽 출신 많은 선거인단 무시 못해
“보수적인 지난 시대 변화로 나아가”
부모는 이탈리아인…대표성 의문도
“이날을 위해 우리는 2000년을 기다려왔다.”
첫 남미 출신 교황의 탄생 소식을 듣자 푸에르토리코의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 수사인 호세 안토니오 크루스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엔비시>(NBC) 방송에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말로 기쁨을 표했다. 미국 가톨릭주교회의 문화다양성 분과 이사인 마르 무뇨스비소소는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남미에 가톨릭이 깊이 뿌리내렸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며, 세계 각국의 추기경들도 남미 출신 주교가 훌륭한 교황이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아메리카에 가톨릭이 들어온 것은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침략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해외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면서부터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원주민들을 ‘미개한 이교도’로 여겨 구제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식민화를 쉽게 하려는 필요에 따라 가톨릭 선교에 집중했다. 1900년 5900만명이었던 남아메리카의 가톨릭 신자 수는 2010년엔 4억8300만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유럽의 가톨릭 인구는 1억8100만명에서 2억7700만명으로 느는 데 그쳤다. 인구 증가 추세를 따르지 못한 셈이다. 유럽은 1970년대 이후 세속화 물결 속에서 신도들의 미사 참석률이 급감하고 가톨릭 교회가 금지하는 피임이 일반화되며 교세가 위축됐다.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독일인이었으나 그의 재임 기간에 독일에선 신도 수가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반면 남미 가톨릭은 꾸준히 성장했다. 이는 이미 문화로 자리잡은 종교의 생활화, 인구 급증 등의 결과인 동시에 1960년대에 탄생한 해방신학을 중심으로 남미 가톨릭이 사회개혁에 앞장섰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남미에선 가톨릭이 동성애·동성결혼·낙태 반대를 완강히 고집하며 좌파 성향의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지만 해방신학의 뿌리를 잇는 교회단체들은 토지개혁 등을 주창하며 풀뿌리 정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남미엔 전세계 가톨릭 인구의 40% 이상이 살고 있다. 신자들의 지역별 분포와 달리 콘클라베에 참여한 115명의 추기경 선거인단 가운데 유럽 출신은 60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남미는 16명에 불과했으나 추기경들도 현실적인 힘의 이동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영국 <가디언>은 “보수적이고 신중했던 지난 시대가 변화로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미 교황의 선출은 ‘라틴 파워의 공인’이라는 의미가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최근 남미에서 번지고 있는 위기를 극복해야 가톨릭의 보루를 지켜낼 수 있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가디언>은 “남미에서도 사제 부족, 신도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오순절교의 공격적 복음 선교로 가톨릭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나 베네딕토 16세는 이에 정면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으나 새 교황은 남미 출신이기 때문에 더이상 이런 문제들을 회피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편에선 새 교황이 과연 남미를 대표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어느 나라보다도 ‘유럽적’인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이탈리아인이기 때문에 남미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는 눈길도 있다고 전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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