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는 8일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기록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여성도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인상적인 선례를 남긴 반면, “영국 정부 안의 유일한 남자”라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평가처럼 여성 지도자에 대한 환상을 가장 극적으로 깨부순 인물로도 회자된다.
대처 덕분에 ‘여성 정치인이 대화와 타협에 강할 것’이란 기대는 ‘막연한 편견’임이 입증됐다. ‘티나’(TINA·There is no alternative)는 ‘철의 여인’과 함께 대처의 가장 유명한 별명이다. 사람들이 이견을 제기할 때면, 그가 “다른 대안이 없다”는 말로 반론을 아예 차단해 버리곤 한 탓이다. 프랑스의 유명 언론인 크리스틴 오크랜드는 ‘티나’가 “그만 닥치고 꺼져요!”에 더 가까운 어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처는 여성 정치인이 남성보다 모성과 복지를 더 중시할 거란 기대도 보란 듯이 저버렸다. 대처는 총리가 되기 전인 1970년 교육부 장관이 됐다. 그는 입각 직후 예산 절감을 이유로 초등학생 무상 우유급식을 폐지해 버렸다. 쌍둥이 자녀를 키우는 여성 장관의 ‘결단’에 허를 찔린 노동당 의원들은 의회에서 “저 년 끌어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대처의 부음이 전해진 8일 런던 시민 메즈 타이슨 브라운(23)은 대처의 자택 문간에 우유 한병을 내려놓았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대처는 어린 시절 내 우유를 빼앗아갔다. 그녀는 노조를 찢어놨고, 공공주택을 망가뜨렸고, 근본적으로 이 나라를 갈라놨다”고 ‘우유 한병’의 의미를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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