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계 유전적 질병 막는 시술법
난자핵 바꿔 유전자 일부 섞여
인간배아 파괴 등 윤리성 도마
난자핵 바꿔 유전자 일부 섞여
인간배아 파괴 등 윤리성 도마
영국 정부가 생식세포 유전자 조작을 통해 부모가 세 명인 아기가 탄생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허용하기로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는 28일 “이런 시술을 허용하는 법안이 올 가을 제출돼 내년 말쯤 의회에서 승인될 수 있으며, 2년 안에 시술을 적용한 아기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의료 최고책임자인 샐리 데이비스는 27일(현지시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시술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이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지닌 유전자의 이상으로 근육·뇌·심장·간 등에 유전적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미토콘드리아 대체’ 시술로 불린다. 아이가 어머니한테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에 모계 유전병과 관련돼 있다. 샐리 데이비스는 “6500명 가운데 한명 꼴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이상을 안고 태어난다”며 “대개는 정도가 심하지 않지만 해마다 5~10명의 아기는 유전 질환이 치명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술의 법적 허용을 두고 인간 유전자 조작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술을 통해 태어나는 아기는 유전적으로 세명의 부모를 갖게 된다. 미토콘드리아에 이상 유전자를 지닌 여성이 건강한 난자를 기증받아 난자 핵을 바꿔치기한 뒤 체외수정을 하거나, 체외수정을 한 배아의 핵을 빼내어 건강한 기증자의 난자 핵과 바꿔치기를 하는 시술을 쓰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기증자의 유전자가 1~2% 정도 섞여 들어간다. 영국 의료 당국은 난자 기증자는 법적인 부모로 인정되지 않으며, 태어난 아기도 기증자의 신상 정보를 알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간 유전자 조작 허용의 물꼬를 트게 한다는 우려와 동물 실험만 거친 시술의 안전성 문제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핵 치환 과정에서 이미 생명체로 볼 수 있는 인간 배아를 파괴하게 되는 기술적인 문제도 윤리적 쟁점이 될 수 있다.
옥스포드 대학의 기독교계 생물윤리학센터의 헬렌 와트는 “시술에 인간 배아를 예비 부품의 원천으로 쓴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며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에 대한 조건없는 환영이어야 하지 생산이나 통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술 연구를 이끈 영국 뉴캐슬 대학의 앨리슨 머독 교수는 “이는 영국 과학계에 엄청난 소식이고 건강한 아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준다”며 “영국 정부는 도덕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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