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무벤가
영국서 강제추방 과정에서 사망
‘추방 대행 민간업체 책임’ 논란 속
배심법정 “업체 직원에 피살” 평결
‘추방 대행 민간업체 책임’ 논란 속
배심법정 “업체 직원에 피살” 평결
“숨을 쉴 수 없어요. 도와주세요.” 40대 흑인 남자가 수갑을 차고 비행기 좌석에 묶인 채 울부짖었다.
앙골라 난민 출신인 지미 무벤가(46·사진)는 영국 거주 16년 만에 고국으로 강제송환 당하는 참이었다. 건장한 세 명의 남자가 힘으로 그를 제압하며 “비행기가 떠나면 조용해질 것”이라고 시시덕거렸다. 30분 남짓의 울부짖음 끝에 그는 정말로 조용해졌고, 그대로 숨졌다.
그는 내전 참극으로 얼룩진 앙골라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살해 위협을 받고 1994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망명했다. 난민 자격으로 임시 체류 허가를 받은 뒤 지게차 운전기사로 일하며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2006년 나이트클럽에서 싸움에 휘말렸다가 상해죄로 2년형을 받은 뒤 상황이 급변했다. 아내와 7개월짜리 막내를 포함해 5명의 자녀가 영국에서 사는데도 영국 내무부는 “전화와 인터넷이 발달해, 멀리서도 가족생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추방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영국 정부를 대행해 난민·불법이민자 강제 송환·추방 업무를 하는 사설 보안업체 지포에스(G4S) 직원들 손에 끌려가다가 지난 2010년 9월 숨졌다.
영국 검찰국(CPS)은 “무벤가의 죽음이 지포에스 직원들의 물리적 제압 때문이라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관련자들을 기소하지 않았지만, 시민 배심 법정은 무벤가가 지포에스 직원들의 물리적 제압 끝에 살해당했다는 평결을 내렸다고 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제 검찰국은 기소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또 지포에스와 직원들은 민·형사상 책임 여부와 관련해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영국의 난민 시스템과 정부 업무인 강제송환·추방 절차를 민간업체에 외주화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공권력을 대행하는 민간업체가 난민·이민 신청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두르는 걸 사실상 방치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 지포에스는 이스라엘과 유혈 분쟁이 잦은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에서 수용소 관리, 구금 업무 등을 외주로 대행하며 시민단체들한테서 ‘전쟁을 사유화한다’ ‘사회적 약자에 불법적 폭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은 업체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내무부와 외주업체가 이민자들을 다루는 데 있어 근본적인 결함, 공감 능력의 결여가 발견된다”고 비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진 지미무벤가연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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