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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이탈리아는 ‘전화도청 공화국’

등록 2005-08-25 18:21수정 2005-08-25 18:22

“인구절반 3000만명 피해” 영국도 400만대 CCTV 설치
이탈리아에서는 언제 어디로 가나 사람들이 걱정하는 게 전화 도청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5일 이탈리아 싱크탱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치·사회 연구소인 에우리스페스는 지난 10년간 모든 가정이 최소한 1차례 이상 도청을 경험하는 등 인구 5900만인 이탈리아에서 15~70살 사이 3천만명이 도청을 당했으며, 그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5년간 전화 가입자의 전화를 도청하기 위해 전화회사에 12억5천만유로를 지불했으며, 이 기간의 도청 건수가 그 전 5년에 비해 125% 증가했다.

이런 도청은 대화를 녹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은행가·정치인·갱 등의 비리를 캐는 수사관들은 도청으로 ‘현장’을 잡았다 싶으면 즉각 언론에 제보하고, 언론은 선정적으로 대서특필하는 것이 관례로 돼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전화도청이 유력한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신문에는 안토니오 파지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와 규모가 작은 포폴라레 이탈리아나은행(BPI)의 지안피에로 피오라니 행장의 심야 통화 내용이 지면을 장식하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네덜란드 ABN암로은행이 이탈리아에서 9번째로 큰 안톤베네타은행을 인수하려고 하고 있었으나, 이탈리아 은행이 외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 자국 은행이 인수하도록 파지오 총재 자신이 서명했다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파지오는 종신인 총재직이 위태로워졌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도청 내용을 누설한 사람에 대한 형벌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이례적인 조처를 취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지난 7·7 런던테러 범인의 얼굴을 확인해 준 폐쇄회로 티브이(CCTV)가 전국적으로 400만여대나 설치돼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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