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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10대라서, 실직자라서”… 양육권 소외당하는 젊은 아빠들

등록 2013-08-12 21:10수정 2013-08-12 21:56

영국 아기 47% 미혼부모간 출생
싱글대디, 싱글맘보다 더 차별
“아버지 양육참여권 보장 필요”
“10대여도, 실직자여도 난 아빠이고 싶다.”

영국에서 결혼 등 전통적 가족제도 밖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인데도 ‘싱글파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지원책 미비로 10대·20대 젊은 아버지들이 양육에 참여할 기회와 권한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시사주간 <업저버>가 11일 보도했다. 영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서 2011년에 출생한 72만4000여명의 아기 가운데 47%는 결혼제도 밖에서 태어났다. 또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하지도 않고 함께 살지도 않아서, ‘아버지’를 경험하지 못한 채 자라는 아기의 비중은 이보다 높으리라 추산된다. 여기에는 한국의 ‘88만원 세대’의 원조 격인 ‘1000유로 세대’에 속하는 유럽의 10대·20대 남성들이 결혼제도 밖에서 아이 아빠가 되는 일이 일상화됐지만, 이들이 경제력 부족과 부성애에 대한 사회·문화적 불신으로 양육권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정이 작용한다. 이런 상황은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버지학교 등 남성 정책 개발을 주로 하는 영국 시민단체인 ‘워킹 위드 멘’(WWM)은 싱글파더들이 양육권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예컨대 마크라는 스무살 청년은 16살에 여자 친구와 사이에서 얻은 딸 케이티의 양육권을 온전하게 확보하려고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현재 양육권은 아이의 외할머니에게 있고, 그는 주당 이틀만 아이를 돌볼 수 있다. 그는 여자 친구와 결별 당시 “난 너와 헤어졌지만, 우리 아기와 헤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나 케이티의 외가에선 마크의 양육 능력을 불신한다. 마크는 “내가 어려서 책임감이 없다는 것은 억측”이라며, 직장을 구하고 아버지학교를 수료하는 등 판사한테 부성애를 입증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25살의 크리스토퍼는 5년 전 딸을 얻은 뒤 홀로 아이 양육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아이 엄마와는 일회적 관계에 가까웠지만, 딸 양육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 엄마가 양육에서 손을 떼자 직장을 그만둔 채 아이를 돌보고 있다. 월 600유로(89만원)의 복지수당으로 근근히 살아가는데, 싱글맘에 견줘 싱글파더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훨씬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의 사회복지 체계가 아기와 싱글맘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25살 이전에 아버지가 되는 어린 싱글파더에 대한 국가적 통계마저 제대로 없는 상황이라고 <업저버>는 지적한다. 싱글파더는 ‘집을 나가 제멋대로 떠도는 직업도 없는 10대’라는 편견에 갇힌 채 책임감 없고 부성애 없는 존재로 낙인 찍히고,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양육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회학적 연구들은 유년기 아이와 아버지의 상호작용이 발달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줌을 보여준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버지의 양육 참여 권한을 사회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워킹 위드 멘의 쉐인 라이언 대표는 “가족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양육 지원 시스템이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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