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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혁명의 나라’ 프랑스 다시 부는 극우 바람

등록 2013-10-14 20:18수정 2013-10-14 22:34

국민전선, 반이민·반EU 내세워
지방의원 보선서 야당 꺾고 당선
내년 유럽의회 선거도 돌풍 예상

올랑드 사회당 정부에 대한 실망
높은 실업률·낮은 투표율 탓 분석
프랑스 남동부 바르 지역의 인구 1만7000명 소도시 브리뇰은 광산으로 번성한 도시였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모로코와 알제리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었고, 광산업체와 주민들은 이민자들을 반겼다. 1980년대의 폐광 물결 이후 브리뇰은 쇠락의 길을 내달렸다. 그래도 광산노조의 영향력 속에, 공산당이 현직 시장을 배출할 정도로 정치적 좌파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12.5%까지 치솟은 이 지역 실업률이 유권자들의 성향을 극단적으로 바꿔놨다.

“고마워요 국민전선(FN),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때문에 프랑스에서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도의원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브리뇰의 유권자인 한 남성은 반이민·반유럽연합(EU) 기치를 내건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선거운동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2010년 프랑스에서 ‘부르카 금지법’이 발효된 뒤 브리뇰에서 니캅(눈을 뺀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복장)을 착용하다 적발된 무슬림 여성은 2명뿐이다. 그런데도 이 남성은 “브리뇰 어디서나 니캅 가게를 볼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프랑스24> 방송은 12일 그가 말한 니캅 가게마저 이미 문을 닫았다며, ‘프랑스의 이슬람화’에 대한 시민의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브리뇰 유권자들은 국민전선을 택했다. 지난 6일 브리뇰 도의원 보궐선거 1차 투표에서 40.4%를 득표한 국민전선은 13일 결선투표에서도 낙승했다. 이 당 소속 로랑 로페즈 후보가 53.9%를 얻었다. 최대 야당인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카트린 델제르 후보는 좌파 여당 사회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도 46.1%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 결과는 내년 3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국민전선이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예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랑스 극우>의 지은이인 짐 셸즈는 “이번 선거는 규모는 작지만, 국민전선이 결선투표에서 다른 주류 정당들의 협공에 대항할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할 시험대였다”고 짚었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1·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른다. 좌-우파 정당은 결선투표에서 힘을 모아 극우 후보를 밀어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좌·우 ‘협공’도 통하지 않았다.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국민전선은 반이민·반유럽연합을 내건 극우 정당이다.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득표율이 6.4%였으나, 유럽 재정위기와 긴축재정의 혼란을 틈타 급성장하고 있다.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전선이 24%를 얻어, 대중운동연합(22%)과 사회당(19%)을 앞지르리라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국민전선이 정당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전선의 돌풍의 배경으로, 프랑수와 올랑드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기존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정치적 불신 풍조의 확산, 경제위기 심화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 심리 등을 짚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긴축보다 성장”을 내걸고 취임했으나, 프랑스의 실업률은 11%에 이른다. 올랑드 대통령의 우유부단한 리더십도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의 10월 지지율은 26%로, 9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사회당 대변인 에두아르도 리한 사이펠은“이번 선거가 좌파들에게 교훈이 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재선 실패 이후 극심한 내분에 휘말린 주류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의 행태도 국민전선에는 호재다. 서른세살의 브리뇰 유권자 무함마드는 “정치는 사기다. 나는 정치에 상관하지 않으며, 투표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차 투표 33%, 결선 투표 50% 수준인 이번 선거의 낮은 투표율도 국민전선 선전의 배경이라고 <프랑스24>가 짚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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