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140년 된 ‘착한은행’ 헤지펀드에 먹히다

등록 2013-10-22 20:10수정 2013-10-22 21:05

영 코오퍼러티브그룹 ‘코옵은행’
몸집 불리려다 빚더미에 올라
자구책 찾다 되레 몰락의 길
세계 최대 소비자 협동조합인 영국 코오퍼러티브(코옵) 그룹의 금융 부문인 ‘코옵 은행’이 경영난을 겪다가 미국 헤지펀드 손에 넘어갔다. 소규모 자영업자와 사회적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에 주력하고 무기거래·공해산업·노동력착취 산업과는 거래를 삼가온 ‘윤리적 금융’의 140여년 역사가 사실상 끝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옵 그룹이 주요 채권자인 미국 헤지펀드들한테 은행 부문 경영권을 사실상 내줘야 할 처지에 몰렸다”며 “이번 합의로 470만 고객에게 기존처럼 윤리적 금융 원칙을 지키지 못하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옵 은행은 상장을 통해 채권자들에게 채권 대신 주식을 건네기로 했는데, 30%의 지분만 코옵 그룹에 남기고 나머지 70% 지분 대부분은 미국계 2개 헤지펀드가 주도하는 채권단에 넘기기로 했다. <가디언>은 “코옵 그룹이 합의서에 기존 경영 원칙을 지킨다는 내용을 담겠다고 했지만, 헤지펀드를 대표할 경영진이 운전대를 잡으면 장기적으로 윤리적 금융 원칙은 훼손되고 주주 이익을 얻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영국내 5대 은행에 드는 코옵 은행은 몸집을 키우려고 2009년 다른 상호금융사를 인수했으나, 이 금융사 채권 자산이 금융위기 여파로 상당 부분 부실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신용등급이 6단계나 깎였다. 이후 코옵 은행은 15억파운드(약 2조5600억원)의 자본결손이 확인돼 주요 채권자들과 자본 수혈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채권자들이 죽어가는 생명체에 몰려드는 ‘독수리’에 비유되는 악명 높은 헤지펀드들이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주요 채권자인 아우렐리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실버 포인트 캐피탈은 경영난을 겪는 회사나 국가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인 뒤 채무조정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나 정부의 목을 죄며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가디언>은 “미국계 헤지펀드들이 코옵 은행이 사실상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강등된 지난 5월에 채권을 쓸어 모았으리라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정 탓에 차라리 세금을 투입해 국유화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코옵 은행 경영진이 정부 구제금융 대신에 독자 회생을 모색하려다가 헤지펀드에 경영권을 넘겨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옵 은행이 그동안 각종 협동조합 사업 등에 금융 지원을 해온 터라, 영국 협동조합 운동 자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