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푸른눈·금발 아이 유괴 의심
집시 가정서 강제분리 유전자검사
‘친자’ 결과에 민족차별 논란 커져
집시 가정서 강제분리 유전자검사
‘친자’ 결과에 민족차별 논란 커져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서도 로마(Rroma·집시) 가정에서 푸른 눈의 금발 소녀가 발견되자 정부 당국이 유괴를 의심해 아이를 강제 분리한 뒤 유전자 검사를 했으나 친부모가 맞다는 결과가 나와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적으로 차별과 배제에 시달리는 소수민족을 어린이 유괴범으로 싸잡아 낙인찍는 시선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마’는 흔히 집시로 불리는 이 소수민족이 스스로를 일컫는 고유 언어로 ‘인간’을 뜻하며 멸시의 뜻이 담겨 있지 않다.
23일 영국 <가디언> 등의 외신은 “아일랜드 정부 당국이 루마니아 출신 로마 부부가 친딸이라고 주장하는데도 유괴를 의심해 21일 강제 분리한 7살 소녀를 원래 가정으로 돌려보냈다”며 “아이는 형제들과 생김새가 딴판으로 백인과 유사한 외모를 지녔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친생자가 맞았다”고 보도했다. 오랜 유랑 생활로 혼혈이 이뤄진 로마 민족에선 드물긴 하지만, 금발이나 푸른 눈이 발견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로마 민족은 피부색이 올리브색으로 백인보다 짙고 머리카락도 검은색이다.
아일랜드 경찰은 22일에도 웨스트미스주의 로마 가정에서 두살배기 소년을 비슷한 이유로 강제 분리하고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앞서 소녀 사례에서 친생자 관계가 확인되자 일단 이 소년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아일랜드 당국의 대응은 최근 그리스의 로마 집단거주지에서 발견된 백인 외모의 소녀가 사실상 유괴된 것으로 추정되자 유럽 전역에서 로마 민족이 아이들을 유괴해 앵벌이 등에 이용한다는 의심이 불붙은 탓으로 보인다. (<한겨레> 10월22일치 17면)
그러나 그리스 사례가 마약·무기 거래 단속 과정에서 불거진 데 반해, 아일랜드 사례는 형제들과 다른 아이의 외모를 눈여겨본 시민 제보를 이유로 경찰이 아무런 범죄 혐의가 없는 로마 가정에 불시 단속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아일랜드 로마 민족 인권단체는 “로마 가정 아이들이 옅은 피부색만으로 유전자 검사에 차례로 끌려가는 사태가 시작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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