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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EU냐 러시아냐’ 우크라이나 갈등 격화

등록 2013-11-25 20:47수정 2013-11-26 08:20

유럽연합과 FTA 추진 중단에
“러 입김에 굴복” 10만여명 시위
친정부 1만여명도 맞불시위
유럽이냐, 러시아냐?

막강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두 세력권 가운데 어느 쪽에 기댈지를 두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격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협정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21일 발표한 이후, 이를 러시아의 입김에 굴복한 것으로 본 10만여명의 시위대가 수도 키예프 거리로 뛰쳐나와 거세게 항의하는 등 전국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24일 영국 <비시시>(BBC)가 보도했다.

<비비시>는 이날 “이번 시위는 선거부정이 있었던 대선 개표 결과를 시민 저항으로 뒤집은 2004년 ‘오렌지 혁명’ 이래로 가장 큰 규모였다”며 “경찰이 정부 건물로 밀고 들어가려는 시위대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에 맞대응하려는 친정부 시위대 1만여명도 키예프 시내로 몰려나와 긴장감을 높였다.

공교롭게도 빅토르 야누코비치 현 대통령은 오렌지 혁명으로 물러난 당사자다. 그는 당시 집권 여당 후보로 대선을 치러 한때 승리를 선언했으나,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 진영이 주도한 부정선거 저항 운동에 밀려 다시 결선투표를 한 끝에 패배했다. 그는 2010년 대선에서, 유셴코와 함께 오렌지 혁명의 주역이었으며 두 차례 총리를 지낸 율리야 티모셴코를 꺾은 뒤 집권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연합과 협정 준비를 중단하게 된 이유를 러시아가 주도하는 독립국가연합(CIS)과의 경제·통상 관계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 경제권에 통합되는 것에 러시아가 강력한 견제구를 던졌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유럽연합은 동유럽에 자리한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 영향권의 국가들과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유럽연합-동부 협력 협정’을 추진해왔다. 이에 러시아는 공식적으론 반대하지 않는다는 태도지만, 교역 축소 등 유·무형의 경제적 압력을 넣었다. 미콜라 아자로프 우크라이나 총리는 22일 의회 대정부 질문에서 “협정 중단 결정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유일하게 가능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압력성 교역 축소로 경제 사정이 크게 나빠진 게 이런 결정의 배경이 됐음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 경제권 통합 문제뿐 아니라 가스 수입 단가를 두고도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현 정부는 직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경쟁자인 야당 후보 티모셴코 전 총리가 재직 시절 러시아와 10년간 가스 수입 계약을 맺으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고 본다. 티모셴코는 이와 관련해 권력남용 혐의로 2011년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오렌지 혁명의 투사였지만, 한때 우크라이나 에너지 산업을 좌지우지하던 기업가 출신으로 러시아 에너지 업계와 밀착해 있다는 의심을 샀다.

지난 주말 반정부 시위에선 “우크라이나는 유럽이다”라는 외침이 쏟아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수입 제한 등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경제적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비시>는 “유럽연합 내부에선 이번 일이 크레믈(크렘린)이 압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며 유럽연합 쪽의 실망을 전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다고 했다면 반대했겠지만 유럽연합과 경제 통합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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