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가 빌(50)
‘런던 로이즈’ 잉가 빌 선임
325년 역사를 지닌 영국의 보험업자 집단 ‘런던 로이즈’에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16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의 보도를 보면, 존 넬슨 로이즈 회장은 이날 잉가 빌(50·사진)을 새 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빌은 지난 7월 8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리처드 워드의 뒤를 이어 새해 1월부터 로이즈를 이끌게 된다. 1687년 에드워드 로이드가 런던 템스 강변에 연 커피숍에서 이듬해 세계 최초의 보험업자 집단으로 탄생한 로이즈가 여성의 머리를 짓누르던 ‘유리천장’을 마침내 깬 셈이다.
30년 경력의 빌은 로이즈의 에이전트인 캐노피우스의 최고경영자로 일해왔다. 그는 지난 6월에 한 인터뷰에서 “만약 여성이 회사 경영진에 참여하게 되면 다양성을 갖게 되고 새로운 접근과 방안 제시가 가능해져, 회사가 더 좋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여성을 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넬슨 회장은 “로이즈는 이미 세계 보험업계의 리더이지만 전문보험과 재보험 분야의 글로벌 허브로서 영향력과 구실을 강화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빌은 국제 경험이 풍부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 새 최고경영자로서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로이즈에는 40년 전 릴리아나 아치볼드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중개업자로 참가했지만 결국 자기 돈을 챙겨 떠났다. 아치볼드는 로이즈를 떠나 집으로 가는 길에 “여전히 천장이 있다”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보험업자들의 신디케이트 방식으로 운영되는 로이즈는 폭풍우, 홍수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축구선수의 다리에서부터 가수의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험상품을 취급한다. <가디언>은 빈스 케이블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이 에프티에스이(FTSE)100지수 기업으로 하여금 2015년까지 이사의 4분의 1을 여성으로 임명하도록 정부 목표를 세우고 독려 중인 사실을 거론하며 “로이즈가 빌을 최고경영자로 선임한 것은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는 것을 도우려는 시도들과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짚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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