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정정책연구소 보고서
“실질소득 줄고 연금도 적어
부모 유산 따라 불평등 심화도”
주거 비용 증가·연금 제도 개악 탓
세대 격차 둘러싼 논쟁 가열될 듯
“실질소득 줄고 연금도 적어
부모 유산 따라 불평등 심화도”
주거 비용 증가·연금 제도 개악 탓
세대 격차 둘러싼 논쟁 가열될 듯
“1960년대 이후에 태어났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부모보다 가난해질 것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조세·재정 정책 연구기관 재정정책연구소(IFS)가 내놓은 ‘1940~1970년대생의 경제 상황’이란 보고서에서 ‘통계로 드러난 세대격차’ 문제를 제기해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라고 17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기 세대가 누린 유럽적 삶의 질과 평등한 사회가 붕괴했고, 현재의 30·40대와 50대 초반 세대 다수가 앞세대보다 생활수준이 더 떨어지는 삶을 살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세대격차 문제는 유럽뿐 아니라 한국 등 세계적으로 논쟁이 뜨거운 사안이다.
이 보고서는 “영국의 1960년대생과 70년대생은 소득이 줄고, 연금도 축소될 상황”이라며 “이전 세대에 견줘 은퇴 뒤 경제 형편이 자신의 경제 활동보다는 상속된 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 보고서는 1940~79년 출생자들의 경제 상황을 심층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간 실질 소득이 정체했고 연금제도가 불리하게 바뀌었으며 주택 비용 부담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세대별 격차는 커졌다. 성장기 세대인 1940년대생과 50년대생은 상대적으로 풍족한 공적연금을 약속받고 주택 비용도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저성장기 세대인 1960년대생과 70년대생은 소득과 연금이 모두 악화한 삶이 예정돼 있다. 그나마 저성장기 세대는 유산 상속 기대치가 커서, 1940~44년생은 상속 비율이 28%인데 1975~79년생은 70%로 높다.
문제는 이들이 받을 유산의 격차가 커서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인생 후반부 삶의 질이 자신의 경제 활동보다는 부모의 유산에 달려 있어, 이들 세대는 삶의 역전 기회가 크게 줄어든 경직된 사회구조에 갇히게 된다. 실제 2006년 기준으로 1972~78년생(30~34살) 그룹에서 가구별 경제적 지위를 상·중·하로 구분했을 때 ‘상’계층은 78%가 유산을 상속받고, 35%는 10만파운드(1억7000만원)가 넘는 유산이 기대된다. 하지만 ‘하’는 35%만이 유산을 상속받고 10만파운드 이상의 유산을 받게 될 가능성은 12%에 그친다.
주거 비용 부담 증가도 저성장기 세대를 옥죈다. <가디언>은 “40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가난해진 것은 이들이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아이폰 사용을 필수로 여겨서가 아니라 주택 비용과 악화된 연금제도 때문”이라며 “매달 500파운드를 연금을 위해 떼어놓으라는 전문가 조언은 제쳐놓더라도 침실 두개짜리 집에서 세개짜리 집으로 이사하려면 10만파운드가 더 드는데 이는 휴가비나 아이폰 구입비를 아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1970년대생의 실질 소득 중간값은 이전 세대보다 높지만, 높아진 주거 비용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영국 핼리팩스 주택가격 지수를 보면, 지수가 처음 만들어진 1983년에서 20년이 지난 현재 집값이 실질가격으로 거의 두배가 된 상태다. <가디언>은 “현재 40대는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졌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