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빌트’ 보도에 러 “배치 1년 넘어”
발트3국은 물론 독일까지 사정권
미 “불안정 조처 취하지 말라 권고”
발트3국은 물론 독일까지 사정권
미 “불안정 조처 취하지 말라 권고”
러시아 정부가 16일 최신형 단거리 전술 미사일인 ‘이스칸데르’를 유럽과 인접한 서부 국경지역에 배치했다는 독일 <빌트>의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유럽 국가들과 미국이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국방부 공보실장인 이고리 코나셴코프는 이날 “서부군관구의 미사일 부대와 포대에 이스칸데르 전술 미사일 시스템이 배치돼 있다”며 “이스칸데르를 이 지역에 배치한 것은 어떠한 국제협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이즈베스티야>는 이스칸데르가 이미 1년 넘게 서부군관구에 배치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서부군관구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사이에 낀 칼리닌그라드주를 비롯한 러시아 북쪽과 서북쪽 영토를 포괄한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이곳에 배치되면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발트3국과 폴란드·독일 등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앞서 <빌트>는 독일 정보기관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가 칼리닌그란드주에 이스칸데르 미사일 10기 이상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에 개발돼 2006년부터 실전 배치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500㎞의 전술 미사일로, 미사일방어망(MD) 시설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최신형 무기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발트3국과 나토 인근 지역의 무장화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했고, 폴란드 정부도 “매우 근심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주변국들의 우려를 러시아에 전달했다. 우리는 러시아에 그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어떤 조처도 취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서부지역에 배치한 것은 미국과 나토가 유럽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려는 데 대한 대응 조처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의 엠디 구축 시도에 줄곧 반대했지만 미국은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들로부터 유럽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해묵은 갈등의 원인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 뒤 관계 개선을 위해 엠디 구축 문제를 원점에서 재고하겠다고 했으나, 방법이 바뀌었을 뿐 엠디 구축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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