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 ‘정치인 사생활 침묵’ 관행 깨고
연두 기자회견서 관련 질문 쏟아내
“동거녀 위상 혼란 방미전 해소” 답변
기업감세 등 ‘우향우’ 정책도 내놔
연두 기자회견서 관련 질문 쏟아내
“동거녀 위상 혼란 방미전 해소” 답변
기업감세 등 ‘우향우’ 정책도 내놔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아직 퍼스트레이디입니까?”
14일 오후 프랑수아 올랑드(60) 프랑스 대통령이 경제 이슈에 초점을 맞춰 연두교서를 발표한 직후,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 대표인 일간지 <르 피가로>의 알랭 바를뤼에 기자는 첫 질문으로 대통령과 배우 쥘리 가예(42)의 염문설(<한겨레> 13일치 32면)을 택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발레리(49)와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함께 살지만 정식 결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발레리는 정상 외교에 동반하는 등 ‘퍼스트레이디’로서 공적인 일을 하고 있어 ‘퍼스트 걸프렌드’로 통한다. 발레리는 매달 1만9700유로(2800만원)의 예산으로 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2월11일 올랑드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도 동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예가 대통령의 새 여자친구로 보도되자 예산·공공 업무가 개입된 발레리의 ‘퍼스트 걸프렌드’ 지위에 의문이 생긴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사생활은 비밀스럽게 다뤄져야 한다는 게 내 원칙”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다만 “2월 방미 전에 발레리의 위치에 대한 혼란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발레리는 연예잡지 <클로저>의 염문설 보도가 나온 10일 이래 스트레스를 이유로 입원한 상태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염문설이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사생활 존중과 언론의 자유에 관한 많은 원칙이 있다”고만 답했다. 사실 프랑스 언론과 시민은 전통적으로 정치인의 사생활에 괘념치 않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클로저>는 9일 밤에 대통령 염문설 보도를 트위터로 예고했고, 다음날 이 잡지는 60만부가 매진됐다. 프랑스 한 주간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7%가 “이 문제는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이라고 짐짓 무심하게 답했지만, 시민들이 실제론 이 스캔들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유명 정치인의 사생활에 언론이 침묵하는 관행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생활을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적극 활용해 깨진 터였다. 염문설로 첫 질문을 한 바를뤼에 기자단 대표는 회견 중 프랑스 탐사보도의 선구자로 유명한 언론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알베르 롱드르, 나를 용서하시라”라는 트위트를 날려, 사생활 보도를 불명예로 여겨온 프랑스 언론인의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올랑드 대통령은 좌파인 사회당 소속이지만 올해 150억유로, 내년부터 3년간 500억유로의 재정 지출을 삭감하고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조건으로 300억유로의 세금을 줄여주는 ‘책임 협약’을 추진하겠다며 ‘우향우’ 정책의 세부사항을 이날 공개해 정치적 험로가 예상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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