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그리스정교 사제들이 지난 21일 경찰과 반정부 시위대가 대치중인 키에프의 그루셉스키 거리에서 십자가를 들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키에프/이타르타스 연합뉴스
“선동 멈추지 않으면 물리력 동원”
우크라이나 집권당의 미콜라 아자로프 총리가 21일 반정부 시위대를 겨낭해 “선동가들이 멈추지 않는다면 당국은 현행법 아래서 물리력을 사용해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는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베스티24>에 이렇게 말하면서,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물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도 22일 성명을 내 “시위대는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을 따르지 말라”고 압박했다.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11월 하순 시작돼 올 초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가 지난 17~18일 정부와 집권당이 시위 참가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관련 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자 19일 다시 불이 붙었다. 22일에도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시위대가 목숨을 잃는 등 혼란이 가중되며 3명이 숨졌다. 19일부터 지금까지 시위대 1400여명 정도가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 160여명도 부상을 입었다. 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무도 초청하지 않았는데 유럽 정부 관계자들이 달려와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며 “상황은 현재 통제 불능이며, 우리는 이런 상황의 상당 부분을 외국이 부추겼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새 법은 반정부 집회를 원천봉쇄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은 공공장소에 허가 없이 무대나 앰프를 설치하면 최대 15일의 구류 처분을 하고, 마스크나 헬멧을 쓰는 것도 금지한다. 또 정부 건물의 출입을 차단하면 최대 5년형에 처할 수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해당 법안이 유럽연합 기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비 필라이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정부가 새 법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폭력 사태가 악화되는 가운데 여야가 만났으나 해결책을 찾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에프페>는 22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아르세니 야체뉴크, 비탈리 클리치코 등 야권 지도자 3명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두달째 계속되고 있는 이 시위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의 압력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 유럽연합과 약속한 협약 체결을 뒤로 미루자, 친유럽연합 시민들과 야당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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