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8개월 만에 5.5%p 올려
최근 금융 불안을 겪고 있는 신흥국가의 하나로, 리라화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온 터키가 28일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임시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인 1주일 레포(환매조건부채권·Repo) 금리를 4.5%에서 10%로, 5.5%포인트 인상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도 7.75%에서 12%로 올렸다. 1주일 레포 금리는 지난해 5월 4.5%로 인하한 이후 8개월 만에 인상됐다. 이번 조처는 중앙은행이 2010년 5월 1주일 레포 금리를 운용한 이후 사상 최대 인상폭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통화 유동성을 줄이려고 중앙은행이 터키 은행들에 빌려주는 기준금리를 이자율이 훨씬 높은 오버나이트 금리에서 1주일 레포 금리로 돌리기로 했다. 리라화는 최근 두달 새 14%가 하락했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3월 총선과 8월 대선을 앞두고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금리 인상에 반대해왔다. 28일에도 에르도안 총리는 중앙은행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뉴욕 타임스>는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에 비해 환율 방어에 소극적이던 터키도 이젠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짚었다. 터키의 과감한 금리 인상 조처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다른 취약한 신흥국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리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조처에도 리라화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급락을 반복했다. 27일 달러당 2.39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리라화는 28일 금리 인상 발표 이후 2.16리라로 올랐다가 29일 오후 들어 2.29리라로 다시 하락했다.
터키의 위기는 국제 경제의 변화에 국내 정치의 불안이 겹친 데서 비롯됐다. 한달 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나오자 신흥국 시장은 통화가치·주가 하락 양상을 보이며 급격히 흔들렸다. 터키에선 이와 비슷한 시기에 에르도안 총리 측근들의 대규모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자금세탁,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 불법 자금거래·입찰비리 의혹 등이 불거져 내무부·경제부 장관의 아들, 건설 재벌 등 에르도안 총리 측근 24명이 체포됐다. 에르도안 총리의 아들도 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에 몰렸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수사와 관련된 경찰 고위 간부들을 경질한 데 이어 의회와 법무부의 사법부 임명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추진해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꼼수’라며 비판받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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