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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스위스, ‘이민 제한’ 투표 통과…유럽 극우바람 부나

등록 2014-02-10 20:56수정 2014-02-10 22:01

극우 제1당 주도…국민 50.3% 찬성
3년내 이민 규모·국가별 할당 결정
금융위기 뒤 이주자 늘어 반발 커져
유럽의회 선거서 극우 약진 우려
EU “스위스와 전반적인 관계 검토”
스위스에서 유럽연합(EU) 시민들에 대해 이주 제한 빗장을 다시 걸자며 극우 정당이 주도한 국민발의안이 간발의 차이로 가결됐다. <비비시>(BBC)는 9일 이 문제를 놓고 스위스에서 진행된 찬반 국민투표에서 50.3%가 이주 제한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극우파와 유럽연합 회의론자들이 온힘을 쏟고 있는 ‘반이민 운동’이 탄력을 받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투표 직후 스위스 연방정부는 “국민의 결정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일을 즉각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앞으로 3년 안에 이민자 규모와 국가별 할당 인원을 정하는 구체적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럴 경우 유럽연합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수준이 낮은 동유럽 시민에 대한 노동허가가 엄격해지고, 이주자에 대한 복지 혜택 등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의를 주도한 주체는 반이민 정책과 유럽통합 반대를 대표 정책으로 내건 극우정당인 스위스국민당이다. 이 당은 2000년대 들어서 유럽 전역에서 극우정당들이 세를 불리는 추세에 발맞춰, 2007년과 2011년 스위스 총선에서 연거푸 제1당으로 떠올랐다. 스위스는 실업률이 4%에 그치는 등 유럽에서 좋은 경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전반의 불황으로 한해 이민자가 4만명에서 8만명으로 늘자 반이민 정서가 강해졌다. 외국 국적 이주자가 800만 스위스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현실을 문제삼는 이들도 많다. <비비시>는 “이주 제한 지지자들은 이민자들이 스위스인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집값을 끌어올리며, 보건·교육 시스템에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임박한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통합 반대론자들에 맞서야 하는 유럽연합 집행부는 스위스의 이번 결정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 스위스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2002년 이래 ‘단일시장’과 ‘이주자유’라는 유럽연합의 핵심 원칙에 발을 맞춰왔다. 유럽연합은 ‘이주자유’라는 의무는 회피하며 ‘단일시장’ 혜택만 누릴 수는 없다는 기본 방침을 가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스위스에서) 이번 발의안이 통과된 게 유감스럽다”며 “스위스와 유럽연합의 전반적인 관계에 끼칠 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비시>는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에 손쉬운 선택지는 없다”며 “만약 스위스와 타협한다면 다른 나라도 스위스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짚었다. 예컨대 보수우파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집권한 영국은 이주를 제한할 권리를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극우파가 폭발력이 큰 반이민 이슈를 무기로 유럽의회 선거에서 대거 득표할 위험도 있다. ‘하나의 유럽’을 지키려면 유럽연합이 스위스에 경제적 제재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반면 유럽 내 극우정당들은 스위스의 투표 결과를 앞다퉈 환영했다. 영국 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 당수는 “스위스인들이 투표로 뽑히지도 않은 브뤼셀의 유럽연합 관료들을 곯려주려고 일어섰다”며 “이는 국민주권과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유럽인들에게 멋진 뉴스”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민전선도 성명을 내어 “스위스 국민들의 명석한 결정”이라며, 프랑스도 대규모 이민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극우정당들도 스위스와 비슷한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가디언>은 “반이민 포퓰리스트들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리라 예상되는 유럽의회 선거가 석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스위스 표결 결과는 유럽정치의 극단적 분파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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