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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치매 부르는 ‘알츠하이머’ 혈액검사로 조기에 진단

등록 2014-03-10 20:16수정 2014-03-10 22:14

미 연구팀, 혈액 지질 차이 발견
향후 3년 이내 발병 가능성 입증
치매 진행 늦출 수 있는 길 열려

치매환자 2050년엔 1억3천만명
“발병 5년 늦추면 사망 절반 줄어”
전세계 인구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시한폭탄’이 지구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치매의 가장 큰 원인인 알츠하이머를 혈액 검사로 조기 진단할 길이 열렸다. 현재 세계 치매 인구는 4400만명에 이르며, 2050년까지 세배로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데 조기 진단은 치매 진행을 늦출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연구팀이 혈액 검사를 통해 3년 안에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90%가량 정확하게 예측해낼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9일 전했다. 이 논문은 영국 <네이처> 자매지로 의학전문 월간지인 <네이처 메디신>에 실렸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가 발병했거나 인지능력에 약간 문제가 생긴 53명을 골라내 정신적으로 명민한 상태인 53명의 혈액을 비교한 결과, 두 집단에서 혈액 내 10가지 지질(지방)의 상태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후 다른 이들의 혈액 샘플들을 분석해 10가지 지질 상태를 살펴봄으로써 몇년 뒤 알츠하이머 발병을 예측해냈다. 연구팀은 5년의 연구 기간에 525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더 큰 규모의 임상실험을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뇌세포가 대규모로 손상돼 인지능력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100가지가량의 원인이 있지만 62%는 알츠하이머에서 비롯한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대부분 10년 이상 뇌세포 손상이 진행된 뒤에야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병원을 찾는다. 현 단계에서 개발된 약은 초기 치매에서 병의 진행을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개 환자들이 핵심 기억 기능을 하는 뇌 부위가 20% 넘게 손상된 뒤에야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아 약의 효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비비시>는 “환자들이 너무 늦게 치료를 받아서 치료제가 의미있는 효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에 약제 시험이 실패하고 있다고 의료진들은 생각한다”며 “추가 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혈액 검사법은 ‘진정한 진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짚었다.

선진국을 필두로 기대 수명이 길어지고 노인인구가 크게 늘면서 치매는 전세계적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치매 발병에는 유전과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령화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영국에선 70대에서 25명 중 1명이, 80대 이상에선 6명 가운데 1명이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평균수명이 80살을 넘어선 선진국에서는 치매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문제가 된 터라 지난해 말 영국 런던에서는 주요 8개국(G8) 보건부 장관들 주재로 ‘G8 치매 회의’가 열렸다. 세계 알츠하이머 관련 단체들이 모인 ‘알츠하이머 국제연합’은 현재 세계 치매 인구가 4400만명이며, 2050년까지 1억3500만명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선진국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비비시>는 “현재 부유한 국가가 전세계 치매 환자의 38%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50년께는 환자의 71%가 빈곤국가나 중간소득 국가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치매는 치료 비용 못지않게 돌봄 비용이 엄청나서 빈곤한 국가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이 치매의 진행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늦출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영국 알츠하이머연구소의 레베카 우드 소장은 “알츠하이머 발병을 5년만 늦출 수 있어도 이 병을 앓고 죽는 사람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이는 수백만명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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