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급가 80%나 올린 데 이어
4년간 깎아준 12조원 갚으라 압박
우크라이나, 유럽서 역수입 검토
미·독일, 추가 경제제재 경고
4년간 깎아준 12조원 갚으라 압박
우크라이나, 유럽서 역수입 검토
미·독일, 추가 경제제재 경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 ‘가스 전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정점을 찍은 뒤 소강상태를 보였던 양국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은 5일 우크라이나에 지난 4년 동안 깎아줬던 가스값 12조원을 갚으라고 요구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가스공급가 인하 및 수출세 폐지 조처를 취소해 우크라이나로 수출하는 가스값을 1천㎥당 268.5달러에서 488.5달러로 한꺼번에 80%나 올린 지 이틀 만에 추가 압박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강하게 반발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략할 수 없게되자 경제적 침공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그는 “(가스) 공급가 500달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급가 인상은 물론 그동안의 할인가 추가 청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를 건드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양국은 2010년 러시아 흑해함대의 크림반도 주둔 대가를, 매년 현금 9800만달러와 가스 공급으로 상계하는 내용의 하리코프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러시아는 또 지난해 1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원하고자 별도의 가스 할인 혜택 제공에 나섰다. 이번에 러시아는 이 별도의 할인 혜택을 중단한 데 이어,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된 만큼 그동안 흑해함대 주둔 대가로 제공됐던 할인 혜택을 도로 토해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우크라이나는 비상대책 찾기에 나섰다. 유리 프로단 에너지 장관은 “러시아와 가격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문제를 스톡홀름의 중재재판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체뉴크 총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산 가스를 더 싸게 공급받게될 유럽으로부터 가스를 역수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2012년부터 폴란드로부터 가스를 역수입해왔다. 우크라이나는 또 그동안 러시아에 공급해온 무기와 부품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서방 쪽은 러시아에 추가 경제제제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4일 야체뉴크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와 동맹국들은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정치적 무기로 에너지를 악용하는 것을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일 집권 기독민주당 행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침범이 계속되면, 경제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긴장 유발이 무력행사 수준으로 다시 치솟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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