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3곳 ‘분리 독립’ 움직임
루간스크·하리코프 등서 무기고 탈취
우크라정부 “러시아 사주” 푸틴 비난
루간스크·하리코프 등서 무기고 탈취
우크라정부 “러시아 사주” 푸틴 비난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도네츠크의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독립국가를 선언하며 러시아에 군대 파견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러시아·친러시아계 주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쪽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각본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6일 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하리코프 등 도시 3곳에서 동시다발로 친러시아 시위가 벌어졌다. 도네츠크의 친러시아계 주민 2000여명은 러시아로의 편입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 도중 120여명이 주정부 청사를 점거했다. 이들은 7일 오전 청사 안에서 회의를 열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창설을 선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또 공화국의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5월11일 이전에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 통신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이 러시아 국기 앞에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창설을 선언했으며, 주정부 청사 건물 밖에 있던 1000여명의 주민들이 환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루간스크에선 3000여명의 주민이 친러 정치단체 ‘루간스카야 그바르디야’ 지도자 알렉산드르 하리토노프 등 최근 ‘질서 파괴 모의’ 혐의로 국가보안국에 체포된 친러 활동가 15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국가보안국 청사를 점거하고 청사 내 무기고에서 무기를 탈취해 무장한 상태라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하리코프의 시위대도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요구해온 연방제 채택 주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외쳤다. 경찰은 ‘시위대 저지’ 명령을 거부하고 주 청사로 진입하는 길을 터줬다고 <비비시>(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하리코프 주정부 청사를 점거했던 시위대는 일단 점거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연쇄 친러 시위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맹비난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7일 긴급각료회의에서 “동부의 소요는 러시아군을 불러들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러시아 억양이 뚜렷한 사람들이 소요를 벌이고 있다. 외국 정보기관이 이들의 행위를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기 위한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에 만족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까지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군사개입의 사전 명분을 쌓기 위해 시위를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정부는 동부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 속에 충돌이 발생하면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크림반도에서처럼 군사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왔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출당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동부의 분리 소요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과도정부는 러시아가 최근 가스를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나선 직후 친러 시위가 격화된 데도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흔들려는 러시아의 전방위 공세가 재개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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