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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가난한 학생 차별” 오명 영국 대입제도 50년만에 대수술

등록 2005-09-09 18:34수정 2005-09-09 19:19

‘선시험 후지원’으로…성적 높은 소수민족 등에 유리
가난한 학생을 차별한다고 비판받아온 영국 대학입시 제도가 50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을 받는다.

영국 정부 자문위원회는 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행 대학입시 방식을 3년 안에 폐지하고 새 대입 방식을 도입하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현행 대학입시는 교사들이 매긴 예상등급을 기초로 대학에 지원한 뒤 나중에 실제 시험점수를 제출해 입학을 확정하는 ‘선지원 후시험’ 방식이다.

대입 개혁의 핵심은 영국의 수능으로 불리는 에이레벨(A-level) 점수를 먼저 받은 뒤 이를 근거로 대학에 지원하는 ‘선시험 후지원(PQA)’ 방식이다. 새 제도는 이르면 오는 2008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 1951년부터 시행된 현행 대입방안은 입시담당 교사가 학생들의 장기적 학업성취를 근거로 예상등급을 매기면, 학생들은 이를 근거로 대학에 지원해 인터뷰 등을 거쳐 임시입학허가를 받는다. 해당 학생들은 다음해 5월 에이레벨 시험을 치러 실제 등급이 대학에서 요구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정식 입학허가를 받는다.

이 제도는 수능식의 ‘에이레벨’ 시험만을 대입의 단일한 기준으로 삼지 않고 꾸준한 학업성취를 중시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최근에는 예상등급이 부자학생에게만 유리하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교사들이 부유층 출신 학생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에게는 실제 실력보다 낮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교육관련 기금인 서턴트러스트의 조사를 보면 매년 약 3000명의 저소득 가정 출신이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 일류대학에 진학하기에 충분한 에이레벨 성적을 받고도 현행 제도 때문에 진학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지난해 정부 위탁 연구에서도 에이레벨 예상등급의 45%가 실제 시험결과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학지원은 예상등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가난한 학생들이 나중에 우수한 성적을 받고도 비교적 평가가 낮은 대학에 가는 일이 많았다.

현행 제도가 부유층 학생들의 일류대학 입학을 쉽게 하는 장치라는 비난이 거세져 왔고, 공립학교 졸업생이나 소수민족 출신 우수 학생들의 명문대 합격이 어려워 영국 대학의 폐쇄성과 차별 논란이 계속돼 왔다.

영국 고등교육 장관인 빌 럼멜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새 제도가 도입되면 부유한 동료 학생들에 비해 저평가돼 온 저소득층 학생들이 더 공정하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며 “현행 시스템이 소외계층 학생들에게는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기술부 대변인도 “이번 제도 개혁은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큰 변화”라고 말했다.


야당인 보수당도 새 대입안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올해 에이레벨 시험에서 학생들의 4분의 1이 전과목 A를 받아 ‘성적 인플레이션 논란’이 있기 때문에 등급보다는 실제 점수를 기준으로 입시방안을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등교장단협회를 비롯한 교육전문가들도 “예상등급이라는 부정확한 방법에 따라 학생들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현행 ‘복권식제도’를 바꾸는 것은 긍적적이고 합리적”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이미 확립된 입시과정에 혼란이 오게 된다며 반대 뜻을 밝히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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