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전화통화 시각차 확인
“러, 더 많은 대가 치를것”
“미, 근거없이 추측말라”
“러, 더 많은 대가 치를것”
“미, 근거없이 추측말라”
내전의 기로에 선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안에서 도발 행동을 지속하면 더 많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시위 사태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추측은 근거 없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러시아 개입’ 주장을 일축했다.
양국 정상은 오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4자회담을 두고도 뚜렷한 시각차를 노출했다. 크레믈(크렘린)궁은 정상 간 통화 직후 낸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4자회담에서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의 성명은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지만, 이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위협하는 등의 상황에선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점을 달리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압박에 초점을 맞춘 반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4자회담을 위협하는 무력진압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팽팽히 맞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때 미-러 간 군사적 대치까지 벌어진 사실도 드러났다. 미 국방부는 14일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Su)-24가 12일 흑해에 배치된 미 구축함 도널드쿡호 주변을 고속으로 저공비행했다”며 “이런 도발은 양국 군 사이에 체결된 협정과 국제협약에 맞지 않는다. 도널드쿡호는 수호이-24 두 대 정도는 충분히 방어할 능력이 있다”고 쏘아붙였다.
서방과 러시아 간 외교전도 치열하다. 유럽연합(EU)은 1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확대를 결의했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33명에 그쳤던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대상 러시아 인사의 명단을 늘렸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해치는 추가 행보에 나설 경우 무역 및 금융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어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근거가 없고, 역효과만 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 끌어들이기’로 서방에 맞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안에선 친러시아 분리주의 시위대의 동부 지역 관공서 점거사태가 계속됐다. 무장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최후통첩에도 아랑곳없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15일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에서는 무장 시위대가 소규모 비행장까지 장악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투입돼 비행장을 탈환했다고 과도정부 쪽은 밝혔다. 앞서 슬라뱐스크 외곽에서도 소규모 교전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쪽은 “동부 지역에서 이미 반테러 작전이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슬라뱐스크의 시위대는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했으며,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이 개입해달라는 많은 요청이 들어오고 있으며, 대통령은 큰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접경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군부대들은 진지 구축과 참호 설치 작업을 하는 등 전투태세를 강화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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