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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군사개입-외교모색 사이 푸틴 ‘줄타기’

등록 2014-04-16 20:24수정 2014-04-16 22:38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
“과도정부, 내전 촉발” 군사개입 경고
“4자회담 기대” 외교 강조 ‘이중작전’
‘우크라 분열’ 바탕 영향력 강화 노려
군사개입이냐, 외교 해법 모색이냐?

15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무장세력 간 교전 상황에 관한 미확인 보도가 난무한 직후 나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은 미묘한 이중성을 띤다. 먼저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갈등의 급격한 확산이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내전 직전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고 크레믈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크레믈은 또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진압작전에 대해 “평화적 항의를 향해 무력을 사용한 반헌정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무력행사가 러시아계 주민들을 내전으로 내몰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군사개입의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동시에 푸틴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4자회담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고 러시아 위성방송 <러시아 투데이>가 전했다. 군사개입 가능성을 은연중 경고하면서도 겉으로는 외교적 노력에 강조점을 찍는 모양새다.

푸틴의 이런 이중 전략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상황이 전격적 군사개입으로 러시아에 합병시킨 크림반도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계가 인구의 70%에 육박했던 크림과 달리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계 비율은 30~40% 정도다. 이미 러시아군이 주둔해 있던 크림 지역의 장악이 손쉬웠던 것과 달리 동부 지역에선 우크라이나 군과의 전면전을 거쳐야 진주가 가능하다. 군사개입을 했을 때 서방이 금융·에너지 등 핵심 분야로 경제제재를 확대하는 것도 푸틴에게 큰 부담이다.

이런 점에 비춰, 현재로선 푸틴의 노림수는 군사개입보다는 외교를 통한 승리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뉴욕 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긴장을 최대로 고조시켜,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유럽연합이 (4자회담에서) ‘분열된 우크라이나’라는 러시아의 목표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푸틴의 목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의 진짜 관심은 4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연방제’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불참여’ 등을 관철시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굳건히 하려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내 갈등을 최대한 키우되 군사개입에 나서야 할 만큼 증폭되지는 않도록 하는 미묘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푸틴의 의도를 넘어서는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폭력을 촉발하고, 푸틴이 (러시아계를 지키겠다고 한) 자신의 말대로 행동하게끔 만들 때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자회담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에도 푸틴이 협상력 강화 등을 노려 군사개입 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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