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사서 친러-친정부세력 충돌
친러, 경찰청 습격해 시위자 석방도
동부도 충돌 지속…미·러는 입씨름만
친러, 경찰청 습격해 시위자 석방도
동부도 충돌 지속…미·러는 입씨름만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간 충돌 사태가 동부를 넘어 남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는 제네바 합의는 사망했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충돌이 격화하면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 남부 중심도시인 오데사에서 과도정부 지지자들과 분리주의 지지자들 사이에 대규모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두 세력은 각각 국가 통합과 연방제 채택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등을 주장하며 별도의 시위를 벌이다 시내 중심부의 쿨리코보 폴례 광장에서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붙었다. 여기서 밀린 분리주의 지지자들이 광장 인근의 노조 건물로 후퇴하자, 중앙정부 지지자들이 화염병을 건물로 던져 불이 나 분리주의 지지자 수십명이 숨졌다.
건물이 불탈 때 과도정부 지지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거나, 분리주의 지지자들을 ‘감자잎해충’에 빗대 “해충을 불태우라”고 외치며 조롱을 보냈다고 <뉴욕 타임스>가 목격자들의 말을 따 전했다. 이날 충돌에 참가한 과도정부 지지자들은 주로 프로축구 클럽 팬들과 우크라이나계 극우단체인 ‘프라비 섹토르’ 회원들이다. 현지 수사당국은 이날 46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틀 만인 4일엔 분리주의 세력이 대규모 항의 시위에 나섰다. 1000여명의 시위대가 오데사 경찰청 건물을 둘러싼 뒤 창문을 깨고 정문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2일 충돌 과정에서 체포했던 분리주의 지지자 67명을 석방했다. 검찰은 곧장 ‘노골적인 임무 방기’ 혐의로 관련 경찰들을 기소했다.
1905년 러시아 혁명을 다룬 옛소련 영화 <전함 포템킨>의 무대로 유명한 오데사는 100만여명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이다. 러시아계가 인구의 29%에 이르지만, 우크라이나계가 62%로 더 많다. 정부군과 친러 무장세력이 맞선 동부와 또 다르게 우크라이나계와 러시아계 민간 민족주의 세력이 직접 무력 대치하는 한층 위험한 충돌 지역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동부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무장세력 간 무력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아르센 아바코프 과도정부 내무장관은 3일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진압 작전을 벌여 방송사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슬라뱐스크 외곽의 안드레예프카 지역에서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극우민족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10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마리우폴에선 정부군 5명이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보낸 수면제가 든 음식물을 먹고 잠이 든 뒤 포로로 잡혔다가 협상 끝에 풀려나기도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분리주의 무장세력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앞서 11일 독자적인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고 4일 거듭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현지 러시아계 주민의 도움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공보비서는 “이런 요청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모두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골육상잔의 위기에 놓였다. 과도정부가 작전을 중단하고 시위대를 석방하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케리 장관은 “러시아가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세력이 선거에 대한 개입을 계속한다면 취약한 러시아 경제의 특정 부분을 겨냥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맞섰다.
사태의 유일한 진전 요소는 슬라뱐스크 민병대가 3일 정부군의 공세에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억류해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원들을 풀어준 점이다. 크레믈은 4일 “푸틴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추가적 대화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며 “유럽안보협력기구 의장이 오는 7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사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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