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정권, 범죄 공소시효 없애
비스쿠 전 내무장관에게 징역형
비스쿠 전 내무장관에게 징역형
1956년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발포 명령을 내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헝가리 공산정권 때의 내무장관이 사건 발생 58년 만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올해 나이 92살이다.
헝가리 법원은 13일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벨라 비스쿠 전 내무장관에게 5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비스쿠는 1956년 ‘헝가리 봉기’ 당시 반소련 자유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친소 무장대에 발포를 지시해 49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헝가리 봉기는 냉전시기 옛공산권 최초로 벌어진 탈소련 자유화 저항운동이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1956년 10월23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는 당시 공산당 개혁파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개혁파가 바르샤바조약기구 탈퇴와 중립화 등 탈소련 움직임을 보이자, 소련이 11월4일 탱크 1000대와 15만명의 병력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이후 일주일 동안 부다페스트 시민 2000여명이 소련군 등에 맞서다 숨졌다.
비스쿠는 이 사건 뒤 다시 들어선 친소 정권에서 공산당 임시집행위원회 위원과 내무장관을 차례로 맡아 친소 무장대 설립을 주도했다. 그러다 그해 12월 헝가리 동부 도시인 살고터런과 부다페스트에서 다시 시위가 발생했고, 무장대의 무차별 발포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49명이 숨졌다. 검찰은 “이 시기 이미 무장 충돌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공산당 임시집행위가 정권 공고화를 위해 무장대를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또 “임시집행위의 직접적 발포 명령이 전달됐는지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이데올로기적 명령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당시 공산당 임시집행위원 중 유일한 생존자인 비스쿠를 기소했다.
종신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비스쿠의 변호인도 “그가 발포를 명령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항소 의사를 비쳤다. 비스쿠는 재판 내내 “나는 시위대 해산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비스쿠에 대한 기소는 집권당인 피데스가 2011년 공산당 치하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면서 가능해졌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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