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나흘간 유럽의회 선거
28개 나라서 의원 751명 선출
영국독립당 등 지지율 1~2위 다퉈
극우정당 의석 25% 이상 확보 예상
경제침체 등 유로존 경제위기 빌미
행정수반인 집행위원장 선출도 관심
28개 나라서 의원 751명 선출
영국독립당 등 지지율 1~2위 다퉈
극우정당 의석 25% 이상 확보 예상
경제침체 등 유로존 경제위기 빌미
행정수반인 집행위원장 선출도 관심
‘반유럽연합 극우 정당의 약진.’
오는 22~25일 치러지는 제8대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앞둔 아이러니한 전망이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를 배경으로 ‘반유럽연합’을 내세운 극우 민족주의 정당들이 유럽의회에서 세력을 크게 확대할 조짐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극우파의 약진 가능성은 유럽 곳곳에서 확인된다. 영국·프랑스 등에선 영국독립당과 국민전선 등 극우 정당들이 여론조사에서 유럽의회 선거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주요 정당으로 부상했다. 그리스·체코·네덜란드·덴마크·오스트리아·헝가리·핀란드 등에서도 극우 정당의 지지율은 상승 추세다.
현재의 지지율 추이대로면, 극우 정당들은 차기 유럽의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의회에서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하려면 유럽연합 28개 나라 가운데 7개국 이상에서 25명의 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극우 정당들은 현재의 7대 의회까진 교섭단체 등록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엔 나라별로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극우 정당들이 협의해 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 싱크탱크 ‘오픈유럽’은 최근 극우 정당이 전체 751석 가운데 218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극우 정당의 부상엔 유로존 경제위기가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상승하자, 임금 수준이 높은 프랑스·영국·독일·북유럽 등 잘사는 나라에선 동유럽 등 유럽연합 역내 가난한 나라 출신 노동자들의 이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극우 정당들은 이런 불만에 편승해 이민 규제와 외국인 배척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연합의 무분별한 회원국 확대정책이 경제 선진국의 사회복지 혜택을 노린 이른바 ‘빈곤 이민’을 부추겨 왔다면서, 그간 유럽연합이 추구해온 ‘통합 확대’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또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가 됐던 나라들에서도 유럽연합에 대한 반발 정서가 상당하다. 유럽연합이 경제지원을 앞세워 긴축을 강요한 탓에 수백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됐다는 불만이다. 이들 국가에선 유럽연합의 경제적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극우 정당의 주장이 먹혀들고 있다.
극우 정당의 세력화는 유럽통합 움직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들은 유럽의회를 반유럽연합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선전 무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공격적으로 반통합 주장을 펼친다면 유럽연합 내 기존 주류 정치세력도 국내 선거에 끼칠 영향을 의식해 ‘반이민 강화’ 등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등 정치 전반에 극우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일부에선 이들 극우파를 포함한 반유럽연합 세력이 단일 정파를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족주의를 내건 극우파의 특성상 나라마다 이념적 편차가 크기 때문에 상당수 극우파 의원들이 단일화보다는 무소속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리스본조약 규정에 따라 최다 의석을 획득한 정파의 후보가 유럽연합 행정권력의 수장인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될지 여부다.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조약은 집행위원장 선출 때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지난 15일엔 유럽연합 내 기존의 5개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집행위원장 후보들 간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그룹(EPP) 장클로드 융커 후보(전 룩셈부르크 총리)는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규모의 그룹인 중도좌파 유럽사회당그룹(S&D)의 마르틴 슐츠 후보(현 유럽의회 의장)는 “유럽연합의 일률적인 예산 삭감 정책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최다 정파 후보의 집행위원장 선출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여전히 집행위원장 선출권은 유럽연합 정상들의 협의체인 유럽이사회가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정상들이 주요 정파 후보가 아니라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제3의 인물을 집행위원장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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