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절 패라지
마린 르펜
다른국가 정당 모셔가기 경쟁
마린 르펜 대 나이절 패라지. 프랑스와 영국의 두 극우 정치인의 대결이 뜨겁다. 둘 다 극단적 우파에 인종주의자라는 비난을 달고 살지만, 차별성을 강조하며 유럽 극우 정치권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일단은 르펜이 앞서고 있다. 현재 두 사람이 맞서는 현안은 유럽의회 안에 극우 정당들의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일이다. 르펜의 국민전선과 패라지의 영국독립당 모두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국 1위 지지율로 24석씩을 차지했다. 둘 다 자기 당을 중심으로 유럽 극우 정당의 교섭단체를 만들려 시도한다. 유럽의회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적어도 7개 나라에서 25명 이상의 의원들이 참여해야 한다. 르펜이 먼저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28일 유럽의회가 자리잡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의회가 개원하기 전인 6월24일까지 극우 정당들의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이탈리아 북부동맹(5석), 네덜란드 자유당(4석), 오스트리아 자유당(4석), 벨기에 ‘블람스 베랑’(1석) 등 4개국 극우 정당 대표가 함께 참석했다. 르펜은 “나이절, 미안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교섭단체를 꾸리기로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패라지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이날 브뤼셀에서 이탈리아 ‘오성운동’(17석) 지도자 베페 그릴로와 만나 세력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했다. 누가 이길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르펜도 교섭단체를 꾸리려면 2개국 정당을 더 포섭해야 한다. 하지만 덴마크와 핀란드 극우 정당은 르펜과의 연대를 거부했고, 이전에 국민전선과 공조했던 스웨덴 극우 정당도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르펜은 신나치 정당인 그리스 황금새벽당과 헝가리 요빅, 독일 국가민주당 등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폴란드 신우익회의, 리투아니아 ‘정의 질서’ 등의 나머지 극우 정당을 두고 르펜과 패라지의 끌어들이기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패라지가 최근 “국민전선은 반유대주의 정당”이라며 비난했지만, 영국독립당 또한 인종주의를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십보 백보’인 이들이 다투는 첫째 이유는 주도권 싸움이다. 교섭단체에는 산하 위원회 위원장 임명권과 연 100만~300만유로의 지원금이 나온다. 더 깊게는 극단적 민족주의를 내건 극우의 속성상 ‘반 유럽연합’이라는 공동 목표를 빼면 지향점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깔려있다. 이런 이념적 차이는 각자 추진하는 교섭단체 안에서도 언제든지 갈등으로 불거질 수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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