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개 ‘사랑의 자물쇠’ 무게가 다리 안전 위협
자물쇠 부착금지 요구 캠페인도…로마에선 벌금
자물쇠 부착금지 요구 캠페인도…로마에선 벌금
사랑의 무게에 짓눌렸나?
‘사랑의 자물쇠’로 유명한 파리 센강의 ‘퐁데자르’ 다리 난간 일부가 8일 저녁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벌어졌다. 경찰은 재빨리 관광객들에게 대피를 명령한 뒤 다리를 잠정폐쇄했다고 <가디언>이 9일 전했다.
‘예술의 다리’란 뜻을 가진 퐁데자르는 난간에 주렁주렁 ‘사랑의 자물쇠’를 매다는 장소로 이름이 높다. 30개에 이르는 센강의 다리 중 3개뿐인 보행자 전용다리 중 하나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나무로 된 다리 상판은 이곳을 찾는 연인들의 발걸음에 운치를 더한다. 2008년부터 이곳 철제 난간에 연인들의 이름과 사랑의 맹세를 담은 자물쇠가 하나둘씩 걸리더니, 지금은 길이 150m에 이르는 다리의 양쪽 난간이 ‘사랑의 자물쇠’로 가득한 상태다. 연인들은 난간에 자물쇠를 채우고는 다시는 이를 풀 수 없게끔 열쇠를 센강에 던져 버린다.
문제는 수십만개에 이르는 자물쇠의 무게가 다리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중순에는 “자물쇠 무게 때문에 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현재로선 붕괴 위험이 없다”며 소문을 가라앉히는 한편, 브루노 쥘리아르 신임 시 문화국장에게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쥘리아르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뒤 “이번 사고로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는 확신을 굳혔다”면서 사랑의 자물쇠 해결 방안 모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고 <아페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안전 문제에 더해 자물쇠가 역사적 건축물의 아름다운 외관을 훼손한다는 불만도 높다. 일부 관광객들은 퐁데자르 뿐 아니라 자물쇠를 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가리지 않고 사랑의 징표를 남기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에펠탑에서도 40여개의 자물쇠가 최근 철거되기도 했다. 자물쇠 부착 금지를 요구하는 캠페인 웹사이트에는 수천 건의 지지 서명이 붙었다. 이탈리아 로마도 2007년 다리에 자물쇠를 거는 사람에게 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한 바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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