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통계청, 성매매 규모 파악
포함땐 별다른 노력 없이 GDP 1%↑
회원국 재정적자 비중 낮추기 위해
EU, 마약 등 지하경제 산입 의무화
포함땐 별다른 노력 없이 GDP 1%↑
회원국 재정적자 비중 낮추기 위해
EU, 마약 등 지하경제 산입 의무화
스페인 통계청이 최근 성매매업자 단체를 대상으로 자국 성매매 산업 규모 파악에 나섰다고 현지언론과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에 2016년까지 성매매와 마약거래, 인신매매 등 지하경제를 포함시켜 국내총생산(GDP)을 산출하도록 요구한 데 따른 조처다.
스페인에서 성매매업체를 일컫는 ‘알테르네 클럽’ 협회의 호세 로카 대변인은 현지 언론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통계청이 최근 성매매 산업의 자금 실태에 관해 질의해왔다”며 “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클럽당 고용된 성매매 여성의 수(50명), 회당 서비스료(40~70유로), 성매매 여성 한명의 하루 평균 성매매 회수(4~8회)를 궁금해했다고 로카 대변인은 밝혔다.
스페인에선 약 30만명이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영국보다 5배 정도 많은 규모라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스페인과 영국에선 성매매가 합법은 아니지만, 범죄로 처벌받지도 않는다. <가디언>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스페인 성매매 종사자가 하루 평균 40유로씩 5명의 손님을 받고 일주일에 절반 정도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스페인 성매매 산업 규모는 한 해 10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올해 1조유로 쯤으로 예상되는 스페인 국내총생산의 1% 수준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성매매를 국내총생산에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스페인의 국내총생산이 1%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이 통계방식 변화를 의무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각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3% 아래로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지하경제를 포함시켜 국내총생산 규모를 불리면 다른 실질적 노력 없이도 목표 달성이 쉬워진다. 스페인은 마약거래 규모도 국내총생산의 0.5%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지하경제 전체를 포함시킬 경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더 높아진다.
이런 ‘통계의 마술’은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에 적용된다. 유럽연합 통계청은 지하경제를 국내총생산에 포함시킬 경우 핀란드와 스웨덴은 4~5%, 오스트리아와 영국, 네덜란드는 3~4% 국내총생산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본다. 2~3% 상승이 전망되는 체코,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을 더해, 유럽연합 평균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최대 2%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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