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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마피아 파문’의 서막

등록 2014-07-02 20:12수정 2014-07-02 21:18

“조직확산 악용 대부의례 중단”
칼라브리아 대주교 교황에 제안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의 본거지인 칼라브리아주의 가톨릭 대주교가 세례식 때 ‘대부’를 지명하는 의례를 10년 동안 중단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마피아 두목들이 대부가 돼 아랫세대에게 지속적으로 영향력과 권위를 행사하면서 조직을 확대해가는 관행에 제동을 걸자는 것이다.

칼라브리아는 시칠리아의 ‘코사 노스트라’, 나폴리의 ‘카모라’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마피아로 꼽히는 ‘은드란게타’의 근거지다. 지난 6월21일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문해 마피아를 ‘악의 숭배자’로 규정하고 파문한 곳이기도 하다. 교황의 뜻을 이어 지역의 가톨릭 수장이 마피아와의 ‘성전’에 나선 셈이다.

기우세페 모로시니 칼라브리아 대주교는 30일 성명을 통해 “지난주 대부 지명을 한동안 중단하는 문제에 관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의견을 나눴다”며 “교황은 칼라브리아의 주교들이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서면 제안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가톨릭에선 갓난아기가 세례를 받을 때 실제 부모가 대부와 대모를 지명한다. 대부모는 아이가 가톨릭의 믿음 속에서 자라도록 돕겠다는 서약을 한다. 하지만 칼라브리아에선 사정이 다르다고 모로시니 대주교는 지적했다. 대부모가 신앙의 역할모델이기보다는 폭력 조직의 동료로서 이후 아이의 행동을 이끄는 존재로서 구실한다는 것이다. 영화 <대부>에서 보듯 마피아 집단에서 두목은 ‘대부’로서의 권위에 기대 조직을 이끈다. 혈연, 결혼과 함께 대부의 인연 또한 외부에 배타적인 마피아들만의 끈끈한 관계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가톨릭 교계 지도부의 잇단 ‘반 마피아’ 움직임은 그동안 가톨릭이 알게 모르게 마피아와 맺어온 공생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모로시니 대주교는 “은드란게타가 교회와 성례를 (조직 유지와 확대에)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 의례의 중단을 교황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은드란게타는 조직 내 의식에서 종교적 의례를 변용하고 지역 종교 행진에 단원들이 앞장서는 등 마피아 가운데서도 가톨릭 색채가 강한 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6월 바티칸 은행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마피아 자금 유입 차단에 나섰고, 지난 3월에는 현직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마피아 범죄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한 바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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