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최저임금제 첫 시행
메르켈, 연정대상 사민 요구 수용
메르켈, 연정대상 사민 요구 수용
독일이 내년부터 최저임금제를 시행한다. 일부 예외를 빼곤 모든 직종에서 시간당 최저 8.5유로(1만1700원)를 보장받는다. 한국의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독일 연방 하원은 3일(현지시각) 정부가 입안한 최저임금제 도입 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독일에선 그동안 국가 단위의 최저임금제 없이 노사 자율 협상을 통해 직종별로 임금을 결정해왔다. 최저임금제 도입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CDU)이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의 요구를 수용해 이뤄졌다. 이번 조처로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 최저임금제 미시행 국가는 이탈리아·오스트리아·덴마크·핀란드·스웨덴·키프로스 등 6개로 준다.
시간당 8.5유로는 프랑스의 9.53유로(1만3000원)보다 낮고, 영국의 7.91유로(1만800원)보다는 높다. 한국보다는 2배 남짓하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13년 독일(4만6100달러)이 한국(2만5920달러)의 1.78배이다.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혜택을 보는 저임 노동자는 370만~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월 독일 노동부 발표에선 독일 노동자 7명 중 1명꼴인 530만명이 시간당 8.5유로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 내 막판 법안 절충 과정에서 18살 미만 견습 노동자와 계절 노동자, 1년 이상 일을 쉰 노동자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실제 수혜자 수는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막판 양보에도 불구하고 사민당 소속 안드레아 날레스 노동장관은 “힘들게 일하면서 보호받지도 못하는 수백만 노동자의 현실은 이제 끝났다”고 제도 도입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제도 도입에 반대해온 독일무역협회(DGB)의 라이너 호프만 회장도 “최저임금제가 일자리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로 돌아섰다. 그동안 독일 재계에선 최저임금제 도입 때 90만개의 파트타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보수 일간지 <벨트>가 “정부가 시장 경제를 침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일부 반발도 이어졌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