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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란치스코, 사제 성추행 사죄

등록 2014-07-08 19:42수정 2014-07-08 22:19

교황 취임 뒤 처음 피해자들 만나
“신성모독 행위…주교들 은폐 책임”
피해자 연대 “가짜 위안” 의미축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추행 피해자들과 취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교황은 “마음 속 깊이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며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 약자 보호에 실패한 주교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교황은 7일 바티칸 관저에서 아일랜드와 영국, 독일에서 각각 2명씩 온 성추행 피해자 6명과 모두 3시간 넘게 만났다. 교황은 전날 바티칸에 도착한 이들과 저녁을 함께 한 데 이어, 이날은 한 명씩 30여분 간 따로 면담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만남에 이어 봉헌한 미사 강론에서 교황은 통렬한 어조로 성추행을 저지른 사제와 사건을 감춘 주교들의 잘못을 질책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동안 교황은 사제 성추행 문제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이날은 주교의 은폐 책임을 명확하게 짚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성추행은 ‘신성모독’과 같은 행위”라며 “이들은 피해 소년과 소녀들을 ‘욕정’이라는 우상의 제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 어디에도 이런 짓을 저지른 자들이 숨을 곳은 없다. 사제이든 아니든 약자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결코 인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이런 잘못을 신고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누락’의 죄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주교들은 약자 보호에 모든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사제들이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한 비통함을 신 앞에 밝히고, 겸손히 용서를 구한다”고 고백하고, “피해자들에게 교회가 통곡하고 참회하며 배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 3월 성직자의 성범죄 근절을 위해 구성한 특별위원회에 “약자 보호를 위해 더 낳은 정책과 절차를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교황을 만난 피해자 중 한명인 아일랜드 여성 마리 케인(43)은 아일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교황에게 사건을 은폐한 주교들이 해직되기 전에는 어떤 진전이 이뤄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했다. 케인은 “교황이 그런 변화를 이뤄내리라 믿고 싶지만, 모르겠다. 지금은 그에게 맡기고 지켜볼 때”라고 덧붙였다. 이번 만남에 대한 성추행 피해자 관련 단체들의 반응은 갈린다. 피해자 연대의 메리 캐플런은 “이번 만남은 홍보행사이자 가짜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다른 관련 단체인 ‘주교의 책임’ 모임은 “긍정적이고 필요한 단계였다”고 반겼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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