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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도로에 주검 쌓인 채 부패…지옥이 따로 없다

등록 2014-07-20 19:44수정 2014-07-21 08:41

19일 우크라이나 동부 흐라보베에서 구급대원들이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희생자 주검을 수습해 옮기고 있다. 흐라보베/AP 연합뉴스
19일 우크라이나 동부 흐라보베에서 구급대원들이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희생자 주검을 수습해 옮기고 있다. 흐라보베/AP 연합뉴스
우크라 상공 여객기피격 현장

상당수 훼손되고 수습안돼
30도 더위에 비…부패 빨라져

우크라 정부 “반군, 증거 훼손”
반군 “블랙박스 곧 넘길 것”
국제 조사단 접근 제한도
“도로 옆 곳곳에 주검들이 쌓인 채 부패해 가고 있다.”(<가디언>)

“어떤 주검은 홀로 누워 있다. 한데 엉켜 있는 주검들도 있다. 주변엔 금속 조각과 가방, 어린아이의 놀이용 카드, 노트북 컴퓨터, 면세 위스키 병, 여성용 빨간 모자 등이 널브러져 있다.”(<비비시>)

우크라이나 동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 격추 현장의 참혹한 모습이다. 19일 도네츠크주 흐라보베 마을 들판의 반경 1㎞ 지역 곳곳에는 여객기 동체 잔해와 주검, 짐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상당수 주검은 찢기거나 조각난 채 널브러져 견디기 힘든 냄새를 풍기고 있다. 17일 격추된 뒤 30℃를 오르내리는 여름 날씨 아래 이틀째 방치된 탓에 부패가 시작된 것이다. 비까지 내려 부패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추락 현장은 기관총으로 무장한 친러 분리주의 반군 10여명의 통제 아래 있다. 소속을 확인할 수 없는 작업자들이 반군의 감시 속에 주검들을 자루에 담아 도로 주변에 모아두고 있다고 <가디언>은 묘사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주검 운반용 자루를 닫지 않아 벌거벗은 주검이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며 “갈색 머리카락의 어린아이 주검도 보였다”고 전했다.

19일 현재까지 수습된 주검은 200여구에 이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체 사망자는 298명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쪽은 반군들이 현장에서 수습한 주검을 옮기면서 증거들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군들이 선포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총리는 “인도적 이유로 뜨거운 열기 아래 방치된 주검들을 옮기는 것”이라며 증거 훼손 의도를 부인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현지 국제조사단 관계자의 말을 따 “반군들이 강제 회수한 주검을 사고 현장에서 15㎞ 떨어진 토레즈로 가져가, (부패를 막기 위해) 냉동열차에 옮겨 실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군들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 조사단의 접근도 제한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조사팀은 18일엔 70분, 19일엔 3시간가량만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로를 벗어나 주검이나 잔해에 다가가는 것은 제한을 받았다. 네덜란드 조사단도 키예프에 도착했으나 아직 현장엔 접근하지 못한 상태다.

서방은 국제 조사단의 전면 접근을 보장하라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주검과 증거가 훼손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사건 단서를 담고 있을 ‘블랙박스’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사건 당일부터 블랙박스 회수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하던 반군 쪽은 20일 “블랙박스로 보이는 일부 장치를 사건 현장에서 수거해 보관 중이며, 곧 국제민간항공기구 쪽에 넘길 것”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블랙박스를 찾더라도 격추 당시 정황을 제대로 복원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격추가 순식간에 이뤄졌을 경우, 미처 조종석의 대응이 담기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언론은 20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추락기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엔진 등이 먼저 파괴된 뒤 연료 폭발을 일으켰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무기 전문가인 벤 릭은 “70㎏급의 고폭탄을 장착한 부크 미사일은 목표물에서 20m 이내에서 폭발하는 비산형 무기인 만큼 먼저 엔진과 통제 시스템을 파괴하고 이어 연료 폭발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 사망자 298명의 국적은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영국 등 12개국으로 최종 확인됐다. 애초 에이즈 전문가 100여명이 한꺼번에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실제 오스트레일리아의 에이즈 학회에 참가하기 위해 탑승한 이는 6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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