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넘겨받은 말레이 대표단 “상태 온전”
추락 경위 밝혀낼지 주목
주검 282구도 네덜란드로 인도
영 FT, 여객기 잔해 사진 공개
“부크 미사일로 인한 손상 확실”
러 ‘우크라 소행설’ 주장하며 역공
넘겨받은 말레이 대표단 “상태 온전”
추락 경위 밝혀낼지 주목
주검 282구도 네덜란드로 인도
영 FT, 여객기 잔해 사진 공개
“부크 미사일로 인한 손상 확실”
러 ‘우크라 소행설’ 주장하며 역공
우크라이나에서 17일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의 블랙박스와 탑승자 주검이 사건 나흘 만에 국제조사단에 넘겨졌다.
피격 현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은 21일 밤 도네츠크에서 말레이시아 대표단에 블랙박스를 인계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블랙박스를 건네받은 말레이시아 안전보장회의(NSC) 소속 모하마드 사크리 대령은 “블랙박스가 약간 손상을 입기는 했어도 온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블랙박스는 이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포함한 국제조사단에 의해 분석될 예정이다. 블랙박스는 추락 시점과 당시 고도 및 여객기 위치 등의 정보를 담은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내 대화 등을 기록하는 음성녹음장치(CVR)로 구성돼 있다. 정확한 피격 시점과 추락 경로 등을 파악해, 미사일 발사 시점 및 타격 궤도 등과 대조하면 사건 상황의 재구성도 가능해진다. 특히 음성녹음장치에 기록됐을 당시 조종사의 대응 등이 확인될 경우 추락 경위를 풀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종사가 감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여객기가 순식간에 추락했을 경우, 블랙박스 분석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말레이시아 <뉴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블랙박스가 추락 사실을 단순 확인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탑승자 주검을 실은 냉동열차도 이날 반군이 장악한 추락 현장 인근의 소도시 토레즈를 떠나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지역인 하리코프로 향했다. 이들 주검은 하리코프에서 네덜란드 군용기 편으로 네덜란드로 옮겨진 뒤 신원 확인 등을 거쳐 각국의 유족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그동안 30℃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 아래 주검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토레즈에서 주검을 확인한 네덜란드 조사단 관계자는 “주검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고 밝혔다. 반군은 사망자 298명 가운데 282구의 주검을 수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은 또 국제조사단이 사건 현장에 전면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수용해, 현장 반경 10㎞ 지역에서의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날도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실제 교전 중단 여부는 불투명하다.
‘누가 미사일을 쐈는가’를 두고 서방·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증거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2일 “추락 현장 사진 분석 결과 일부 동체 잔해에 포탄의 파편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가운데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주위로 그을린 자국이 뚜렷한 1㎡ 크기의 여객기 잔해가 담겼다. 여러 군사 전문가들은 “부크 미사일에 사용되는 비산형 탄두 폭발에서 볼 수 있는 손상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부크 미사일을 반군에 넘겨준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소행설’을 제기하며 역공을 폈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중장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여객기가 격추당하기 전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우크라이나 전투기 수호이(Su)-25가 근거리에서 여객기를 뒤따랐다”며 “여객기가 항로에서 14km 이탈했다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부크 미사일이 당일 여객기 운항 방향을 따라 집중 배치됐다가 다음날 철수했다”, “미국이 언급한 ‘미사일 1기가 발사된 부크 발사대’ 사진은 반군 지역 아닌 우크라이나 정부군 장악 지역에서 촬영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건 당시 모든 우크라이나 전투기들은 지상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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